▲ 김석준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에너지기계본부 본부장
1982년 프랑스의 샤포토 에모리사의 제품을 수입해 600여대 판매한 것을 시초로 가정용 가스보일러산업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2005년 현재 약 900만대에 이르는 보급대수와 연 100만대 수준의 판매량으로 단일 국가로서는 세계최대의 시장이 됐다.

세계 보일러 시장은 2004년 1,000만대 70억불 수준이며 연 500만대 40억불의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다. 또한 가장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는 나라는 일본, 중국, 러시아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온수기 대체시장 및 중국 신규수요등 동남아시아 시장 규모는 향후 유럽 가스보일러 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국내의 가정용 가스보일러 산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산 가스보일러의 성능에는 많은 향상이 있었으나 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가스보일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에너지 절약, 지구 온난화 및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고효율 저공해 콘덴싱 보일러의 설치를 점차 의무화하고 있으며 향후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에도 가스보일러 기술기준을 유럽 EN규격에 부합되게 추진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고효율 보일러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산업자원부는 중기거점사업이란 이름으로 이러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기거점사업의 주된 지원대상은 향후 5년 내외에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고 산업기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기술 및 엔지니어링기술, 시스템통합기술과 선진국에 기술의존도가 높은 수출전략품목 및 수입대체가 필요한 품목의 생산을 위하여 시급히 확보돼야 할 산업분야별 거점기술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기거점사업은 3~5년에 걸쳐 100억원까지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이 지원된다.

6대 보일러사 참여, 어려움 극복 의지
산업전반 및 경제적 파급효과 매우 커

이러한 중기거점사업으로 기술개발을 신청하기 위해 사전에 한국기계연구원을 중심으로 산학연의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획조사연구를 실시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에 걸쳐 가정용 가스보일러의 국내외 시장 동향, 기술 개발 동향, 특허 기술 분석, 기술 개발 로드맵작성 등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 개발 목표와 내용을 담는 RFP가 도출됐다. 이 결과는 지난 6월 평가를 거쳐 중기거점사업의 연구 개발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이기획조사연구의 초기에는 국내 6대 가정용 가스보일러 제조사 중 린나이코리아, 롯데기공, 대우가스보일러, 대성쎌틱의 4개사가 참여했으나 중도에 경동보일러가 추가로 참여하게 됐다.

그 후 공고된 RFP에 따라 연구개발 계획을 작성하면서 다시 귀뚜라미보일러가 참여함으로써 6개의 가정용 가스보일러 제조사 모두가 연구개발에 동참하게 됐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현재의 어려움을 공동으로 극복해 보자는 매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술 개발 계획은 2차례의 평가를 거쳐 연구기간과 일부의 세부 연구목표 및 내용 등에 있어서 당초의 기획과는 다소 변경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산업자원부의 중기거점사업으로의 지원이 확정됐다.

3년간 정부 출연금 약 48억원, 민간부담금 23억원, 총 71억원이 투입될 이 기술 개발 계획에서는 유럽의 경우 가정용 가스보일러가 주택 형태에 주로 이용되므로 우리나라 기준으로 50평형대가 넘는 비교적 큰 용량인 37kW급 수출형 고효율 친환경 가정용 콘덴싱 가스보일러 개발을 최종 목표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열효율은 90% 이상, 친환경성으로 NOx(0% O2)는 50ppm 이하, CO는 40ppm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세부과제 및 참여기관

참여 기관으로는 총괄 주관기관을 맡게 된 한국기계연구원 이 외에 6개의 가정용 가스보일러 제조사(일부는 계열회사가 참여)와 6개의 부품 제조업체를 포함, 총 12개의 기업, 4개의 대학, 1개의 연구소, 1개의 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 개발 계획은 총괄과제와 3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돼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주관기관을 맡고 있는 제1세부과제는 콘덴싱 가스보일러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및 고효율 요소부품 상용화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각 세부과제에서 개발된 핵심 부품들의 시스템 인테그레이션과 성능시험, 그리고 연소장치와 열교환기를 제외한 펌프, 송풍기, 제어장치 등의 요소 부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시스템 인테그레이션과 제어장치 개발에는 6개의 가정용 가스보일러 제조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모두 참여한다. 인터넷 기반 제어 Home-net 프로토콜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국민대학교와 제주대학교에서 위탁연구를 수행한다. 수출 가능성을 확인해 줄 시스템의 성능시험 기술확립은 한국가스석유기기협회에서 위탁과제로 담당하고 있다. 저소음의 저전압 구동 터보 송풍기 개발은 대성산업과 거산정기, 귀뚜라미 정밀공업의 3개 기업이 담당하며 3단 속도제어형의 고성능 순환 펌프는 대우가스보일러가 정원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제2세부과제는 롯데기공이 세부주관기관으로서 고효율 저공해 버너(원통형, 평판형 2개의 모델)와 연료, 공기 혼합장치에 대한 핵심기술 확보 및 상용화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향후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저NOx, 저CO 및 CO2저감을 달성할 수 있는 저공해 연소장치를 개발하고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고효율 연소방식을 개발한다.

제2세부과제에서 개발하는 평판형 및 원통형 열교환기에 적합한 연소장치 개발 및 콘덴싱 보일러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연소장치를 개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개발내용 중에서 평판형 버너개발은 경동에버런이 은하강업사와 공동으로 개발하며 원통형 버너개발은 한국두발가스엔지니어링에서 담당하게 된다. 위탁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인천대학교에서는 저공해 고효율 평면화염 버너개발 기초연구를 수행하여 버너설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다.

제3세부과제는 린나이코리아가 세부주관기관으로서 열교환 능력이 37kW급인 고효율 응축형 열교환장치 핵심기술 확보 및 상용화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고효율 저공해 버너와 매칭되는 원통형과 사각형 2개의 고효율 응축형 열교환장치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제3세부과제에는 주관기관인 린나이코리아 이외에도 어코드에서 열교환기 설계와 시스템 구성, 모델 열교환기 제작 및 기초실험을 담당하게 되며 효창산업에서 열교환기 금형과 열교환기 제작을 담당하게 된다. 열교환기 내 유체유동과 열전달 해석 및 열교환기 설계 주요인자 도출은 위탁기관인 인하대학교에서 담당하게 된다.

● 파급효과는

이 연구 개발 과제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예상되는 산업전반 및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과제에서 기획한 고효율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국내의 기존 콘덴싱 보일러와는 달리 외국으로 부터의 기술도입이 필요 없고 자체기술로 생산이 가능하므로 기술도입에 대한 대체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유럽 등 점차 확대되고 있는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성능과 가격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 보일러업체가 협력해 각사의 장점을 살려 공동의 수출형 고효율 친환경 보일러 설계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국내보일러 업체 개별적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설계기술을 개발,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해 각 보일러 제조사의 기술적 약점을 보완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고품질의 보일러로 해외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으로 한층 엄격해진 국제환경기준에 부합하는 보일러 설계기술의 개발로 추후 환경규제변화 또는 에너지정책변화에 따른 해외보일러 업계의 국내진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산업 경제적 효과를 들 수 있다. 현재 서유럽의 일부국가들의 콘덴싱보일러에 대한 국가의 제도적 지원과 기름, 목재 등의 타 연료 보일러 교체에 의해 가스보일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동유럽 시장의 가스보일러의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온수기 대체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의 신규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아시아 시장 규모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유럽을 능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세계의 시장현황을 고려해 볼 때 향후 30년간 가스보일러 해외시장 수요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