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얼마전 최규하 前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사람들은 역사 뒤에 숨겨져 있던 그분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고 그중 일부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필자가 최규하 대통령의 이야기 중 관심있게 듣게 된 것은 바로 연탄에 대한 축억이다.

최규하 대통령이 지난 시절 강원도 탄광에 근무하고 있는 광부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오늘날까지 집에서 연탄을 사용했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 분에대한 존경심이 인다.

최규하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어린 시절에 연탄을 사용했던 세대다. 어린시절 추운 겨울이 되면 신문 뉴스란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인명피해였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실제로 친한 지인께서 한겨울 연탄가스 중독으로 돌아가신 사건이 아직도 마음속에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아득하던 그때 그 시절에는 연탄 천장정도는 기본으로 들여 놓아야 한 해 겨울을 난다고 했다.

연탄 아궁이에서 밥을 지어 먹고, 연탄난로에 밤 고구마를 구워먹고 연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았다. 이어 연탄 보일러가 등장하여 방마다 연탄 갈아 넣는 수고를 덜어 주었지만 뒤이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기름보일러로 바꾸었다가 제1차 오일 쇼크가 터지자마자 다시 연탄 보일러로 바꾸기도 했다. 이후 가스 보일러로 난방시스템을 교체하고 전기장판 등으로 난방을 하면서도 항상 기름 난로를 보조용으로 사용해 왔던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 역사를 고스란이 경험한 세대이다.

지금 우리 집 아이들은 연탄구멍이 19개인 것을 모른다. 연탄이 한 장에 얼마인지는 더욱 알수가 없다. 단지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 차원에서 연탄 나르는 정치지도자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면서 연탄의 존재를 알 뿐이다.

연탄은 가난했던 우리 어린시절의 상징이고 산업화의 상징이다. 강원도 태백을 중심으로 탄광의 광부들이 캐낸 석탄은 우리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때 우리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광부들은 탄광의 폐광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고 진폐증에 고달픈 인생을 살고 있기도 한다.

대표적 탄광지역이었던 도계는 탄광을 대신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해 아직도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탄광지역에선 정선의 경우 강원랜드라는 카지노를 설치하고 관광지대 특구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경제생활이 가능하게 된 정도다.

지난해 강원대학교는 도계캠퍼스에 한방관련 전문대학원과 실버타운을 설치해 도계주민들의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부족한 주변여건으로 인해 한방전문대학원 유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도계주민들이 한방전문대학원 심사평가단을 항하여 손을 흔들어 가면서 절박한 그들의 심정을 표출했던 모습을 잊기가 어렵다.

그렇다. 연탄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갔지만, 여전히 연탄에 대한 우리의 추억은 산업화 역군으로서의 그 모습 그대로이다. 연탄에 대한 그리움은 불우이웃 돕기 행사에서 절정을 이룬다. 연탄을 날라주는 정치가의 모습은 쇼라고 해도 기분이 좋다. 지금 연탄은 극빈자나 가난한 계층에게는 최고의 난방이다. 그래서 국고지원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서민용 연탄은 계속 찍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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