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윤관 한국가스석유기기협회 상근부회장
국내 가스연소기기 시장은 지난 40여 년간 몰라보게 성장하였다.

가스연소기의 보급시기인 1960년 초기 주물형태의 레인지에서 가스난로, 가스온수기, 가스보일러 등 소비품목 패턴도 다양화, 고급화하였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내에서 고급연료인 가스류를 사용하는 가스연소기기 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종사자들의 노력의 결실이라 할만하다.

1990년대 급속히 신장하던 가스연소기기 산업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정체 내지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가스연소기기 산업의 정체는 주거환경이 유사한 일본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시장이 위축되는 경향이며 이러한 시장전망은 앞으로도 뚜렷이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으로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

중국은 수년전부터 주물연소기와 밸브 등의 부품과 반가공품으로 대한 수출을 늘리고 있고 최근에는 가스난로, 온수기 등 완제품으로 그 대상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가스연소기기 생산업계는 시장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국내 가스연소기기 산업이 직면한 대내외 환경을 극복하고 성장을 계속유지하기 위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기술규격 및 기술기준을 유럽규격과 부합화하여야 한다. 아직 가스연소기 분야는 국제규격(ISO)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유럽규격(EN)이 국제규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로 활로를 찾기 위해서라도 제조기술과 시험방법을 유럽과 동등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너무 서두르다 보면 자칫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클 수 있다. 현재 적용하기 어려운 전기적합성(EMC)분야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인 부합화가 필요하다

둘째, 가스연소기에 사용되는 주요부품과 재료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유망 수출품목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특히 가스보일러는 연소기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관련 부품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가스보일러 산업은 중요부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대외의존이 높다. 부품산업의 발전없이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셋째, 신제품의 개발에 의한 기술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국내 시장을 탈피한 해외시장개척에서 살길을 찾고 있지만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상승과 원화절상이라는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해 중기거점개발사업과제로 ‘고효율 친환경 콘덴싱가스보일러’가 선정되어 업계에 희망을 주고 있다.

넷째, 업계는 해외시장개척을 위하여 수출선을 다변화하여야 하며 관련기관은 상호인증제도(MOU)를 활성화하여야 한다. 인증제도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선진국일수록 교묘하게 위장하여 자국의 시장을 보호하고 있는 기술 장벽이다. 가스연소기의 경우 유럽의 CE인증을 추진할 경우 1~2년간의 기간과 억대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섯째, 통계자료를 공유하여야 한다. 정보화된 사회에서 산업의 미래와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적절한 수급을 조정할 수 있고 과당경쟁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가스연소기 산업은 통계자료의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 필요한 자료는 공개하여 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수반한다. 국내 가스연소기 산업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하여 고지를 달성하는 것은 우리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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