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자원기술정보센터 실장
“인류문명의 수명은 에너지원의 지속 확보에 달려있다”

마이클 서머가 주장한 말이다. 인간의 생명활동이 에너지 없이는 한순간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마이클 서머의 주장은 당연하다. 인류사회가 산업화로 발전되었다는 것은 인간이 더욱더 에너지 의존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번영을 위해 에너지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때로는 전쟁까지 감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수입 비용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더니 급기야 2005년부터는 대표적인 수출품목으로 지명 받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에서 벌어들인 금액을 초월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고유가로 불거진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과거 1, 2차 오일쇼크가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에 의해 야기 되었다면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요인은 중국 및 인도 등 신흥공업국의 산업발전으로 인한 수요증가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 석유소비 추세로 볼 때 인류가 염려해야 하는 또 다른 근본적인 원인은 석유자원의 고갈성이다.

미국의 석유지질학자 허버트의 정점이론은 ‘한 유전에서 생산되는 오일이 정점에 이르게 된 후에는 계속해서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이 이미 그 정점에 도달하였으며 그로 인해 인류가 쓸 수 있는 원유의 잔량은 약 40여년 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석유개발기술의 발전에 따라 석유매장량이 다소 증가한다 치더라도 근본적으로 석유는 수십여년 내에 고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에서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한 인식과 원유의 가격이 ‘친디아’와 같은 신흥공업국의 출현으로 고가가 지속되면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의식이 차츰 부각되기 시작했다.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조력발전 등과 같은 많은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되고 상업화 되었지만 원유를 대체하기에는 그 쓰임새와 가격적 측면에서 아직까지 석유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의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고 미래에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 목표 설정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들어가서는 주장하는 바가 상당히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는 에너지산업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조차도 각기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동북아 에너지 허브의 ‘꿈’, 지지받아 발전 되길
동자부 시절 규모의 에너지 전담부서 부활 기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전문가들은 아직도 석유는 돈 주고 사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신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인 자원개발을 뛰어넘어 지금 당장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해야만 고유가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선진국의 예를 들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국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개발된 어느 신재생에너지도 아직까지 석유를 대체할 수 없으며 선진국의 경우 일정기간동안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석유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그들은 지적하지 않고 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고유가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우리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원유를 자주개발하여 값싸게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자원개발 활성화 시책은 일부영역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국가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현재의 정부 조직은 물론 실질적 자금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2007년 우리나라는 그 어느 해보다도 격변의 시대가 될 것이라 한다. 북핵 문제를 비롯하여 대통령 선거 등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운명을 결정지을 굵직한 국가 행사들이 치러질 것이다. 이와 같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적 안정이 우선이겠지만 산업 및 과학계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미래를 먹여 살릴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국가 과학기술의 최우선 정책으로 신성장 동력산업 발굴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의 2007년 경기전망들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우세하다. 이와 같은 격동의 시대에는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리더십의 중요한 항목중 상상력을 으뜸으로 꼽는다. 지도자의 상상력은 제대로 발휘되기만 하면 절대 절명의 상태에 빠진 조직이라도 희망의 나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상상력이 성공한 사례는 중동의 조그만 토호국인 두바이로 꼽힌다. 포스트 석유경제를 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의도 두배 정도의 조그만 사막의 나라에 세계지도의 형상을 본뜬 인공섬을 구축하거나 열대지역에 실내 스키장을 지어 중동의 금융허브도시로 발전시킨 것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 초기에 우리나라도 동북아 금융허브를 천명한 바 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도 동북아 허브를 꿈꾸는 정책이 현재 실행되고 있다. 또한 자원외교를 국가의 주요 아젠다로 설정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현재에도 실행되고 있어 지금당장 평가할 단계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프로그램들은 두바이 지도자의 상상력에 못지않은 국가의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다만 두바이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은 실천방안에서 문제점이 있지 않나 싶다.

전자는 최고 책임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후자의 경우 의지에 비해 실질적 물적 지원이 부족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상상력이 동원된 창조적 정책들이 정권의 향배에 구애되지 않고 발전하길 바란다. 즉 자원외교는 좀더 현실성이 있는 프로그램들로 설계되어 이행되어야 하며 동북아 에너지 협력사업 또한 더욱 발전되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에너지 분야 동북아 허브가 되었으면 한다.

21세기는 기존에 형성된 모든 정체성이 혁신적인 변화를 맞는 시기라고 한다. 지도자들은 경험이 많은자 보다는 상상력이 풍부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자가 등장하게 되고, 전통적인 제조기술보다는 지식기반의 산업이 국가 성장산업을 주도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행복지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지도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지식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해외석유개발사업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사업으로 미래의 국가 지도자들이 반드시 한번은 심사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일반적으로 석유가스개발사업은 고위험 고수입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기술력의 위력을 배제한 상태로 평가된 가치다. 좋은 기술을 확보하면 위험도는 낮아질 것이며 성공률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다만 초기투자비가 크고 개발기간이 길어 산유국의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몇몇의 국가를 제외하고 자원보유국은 대부분 후진국들이 많다. 이들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발전경험을 배우고 싶어 한다. 자본과 산업인프라가 취약한 게 그들의 약점이라면 자원이 풍부한 게 그들의 강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로 및 항만 등과 같은 국가기간산업을 건설할 수 있는 역량은 물론 공산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으나 자원은 부족하다. 게다가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자금력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근거로 한 자원외교가 설계되어 이행된다면 신내셔널리즘이 지배되고 있는 국제정세에서 메이저 석유회사를 보유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어쩌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개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과거 동력자원부와 같은 규모의 에너지 전담부서가 부활해야 할 것이다. 2007년은 창조적 상상력이 가미된 자원외교가 성과를 거두어 우리나라가 에너지 독립국으로 태어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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