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올 겨울 들어 기상청의 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며칠 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방에 폭설이 내리고 추워진다는 일기예보로 주말계획을 취소한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렸다는 것이 일간지의 기사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 보도들은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틀린 이유로 기상 관련 정보나 정보의 해석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예보관의 심리 때문에 오보가 나올 수 있다는 재미있는 해석을 빠뜨리지 않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예보 심리에 대해 대충 감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여름철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과장된 예보(?)를 접한 경험을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상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기상 예보자들은 오보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정보가 부족하거나 자료들이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할 때는 상황이 악화되는 쪽으로 예보하려는 심리가 발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눈이나 비가 안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가 폭설이나 폭우가 쏟아지는 것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훨씬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보 심리는 기상예측뿐만 아니라 예측과 관련된 다른 분야에서도 흔히 발생할 수 있고 에너지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전력이나 가스 수요예측을 들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전력 공급 예비율이 60%를 상회하던 때가 있었다.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여 발전소를 건설하였으나 어떤 이유이든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증가하지 않아 전력의 공급 예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경제개발을 위해 필요한 재원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높은 전력 공급 예비율은 당연히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 수요를 예측하는 입장에서는 전력 수요를 다소 낮게 예측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요즈음과 같은 기술수준에서는 소규모로 단기간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비 절감 차원에서 전력 수요를 낮게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철 기온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것이라는 예보를 통해 냉방기 판매를 늘리려는 경우와 같이 에너지 공급의 안정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명분으로 과대한 수요예측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폭설이나 기온강하 등과 같은 오보로 인해 개인의 취미생활이 어려워졌을 경우에는 경제적 손실이 국민의 여가생활에서의 기회손실과 일시적인 레저산업의 매출감소로 나타남으로써 국가경제적인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간산업에서의 수요에 대한 과대 혹은 과소 예측 심리는 의도하든 아니든 적지 않은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낮은 전력수요의 예측은 적기에 값싼 전원 확보를 어렵게 하거나 발전용 연료조달을 불안하게 할 수 있으며, 조달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과대한 예측을 통해 비싼 에너지를 구입하게 되는 것은 그 만큼 예보 심리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보 심리 문제를 떠나 사실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며 예측의 오차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예측의 오차도 비용을 유발한다. 예보 심리에 따른 비용을 줄이는 방안은, 예측의 오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에너지 공급 안보를 위해 비싼 값으로 사 마음은 편하다고 받아들이거나 예측오차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따로 강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보 심리는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어느 정도 여유있게 설비나 연료를 확보하여 충분하게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여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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