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재 한국수력원자력 방폐물사업본부장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알코르 생명 연장 재단은 인체 냉동 보존 서비스를 해주는 특이한 일을 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죽은 사람의 혈액을 제거한 후 영하 196도의 차가운 얼음 속에 보존하였다가 후일 의학이 발달하면 냉동 인간을 꺼내서 다시 생명을 불어 넣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불로초를 구하던 중국 진시황의 의지가 과학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수명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많은 과학자들이 사람의 평균 수명은 선천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한계가 80세인지 100세인지 또는 150세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의가 다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진시황은 불로초를 원했고 미국에서는 인체 냉동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꿈이 조금은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해서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 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배아 줄기 세포를 이용하면 인체의 여러 가지 장기를 새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장이 나쁜 사람은 자기 자신의 신장을 하나 만들어 기능이 나쁜 신장과 바꾸어 주면 더 이상 신장 투석 등 어려운 치료를 받을 필요 없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간이 나쁜 사람은 새로운 간을, 폐가 나쁜 사람은 건강한 폐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사람 몸의 모든 부품을 하나씩 새 것으로 바꾸어 간다면 사람은 100세, 150세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까지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오래 살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랜 삶으로 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그 부작용보다는 오랜 삶으로 인해서 얻는 이득이 더 크리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명 연장은 과거에도 그리 했듯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도 사람의 수명과 마찬가지로 딱 얼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설계 수명이라는 것도 있고 경제 수명 또는 인허가 수명도 있지만 그 수명 이전에 발전소를 폐쇄할 수도 있고 반면에 더 이상 계속해서 운전을 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다. 요즘은 원자력발전소를 당초의 계획보다도 더 오래 운전하고자 하는 추세가 강하다. 전 세계가 에너지자원 확보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에 준 국산 에너지나 다름없고 대단히 경제적인 원자력발전소를 좀 더 운영해 그 혜택을 보자는 것이다. 발전소의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 놓고 인허가 당국의 까다로운 검사를 마친 후 일정 기간 동안 운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자면 물론 발전소의 여러 부품 중에서 기능이 떨어진 부품이나 마모가 심한 부품들은 미리미리 새 것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이음새를 조이고 전체적인 안전 점검을 통해 조금도 문제가 없을 때야 비로소 발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의 안전성은 발전 사업자도 점검해 보아야 하겠지만 규제 기관이 더욱더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는 미국은 이러한 방법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계속해서 운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가 원자력 규제위원회로부터 20년간의 추가 운전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 계속해서 운전을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48번째 발전소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운전 허가를 받은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아무런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이런 방식으로 노후 부품을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한 후 철저한 안전 점검을 받은 다음에 규제 기관으로부터 계속운전 허가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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