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등유는 우리 국민에겐 운송수단인 ‘다리’ 역할도 하고 따뜻한 열을 전달해 주는 ‘난방’ 역할도 한다. 그런데 만약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정유사들이 자신들 욕심만 채우기 위해 담합을 했다면?

지난 22일 정부청사 브리핑실이 분주했다. 이날 공정위는 2년 6개월여간의 조사를 마치고 브리핑을 통해 70일(2004년 4~6월)간 정유사들의 담합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액수가 2,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했다. 불과 2개월여만에 이정도의 피해가 생긴 것이다.

만약 2개월이 아닌 2년간 담합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면 어떤 일이 발생됐을까. 정말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렇다면 왜 이기간 외에는 증거를 포착해 내지 못했을까.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김병배 공정위부위원장은 “담합 조사과정에서 정유사 직원이 컴퓨터를 갖고 도주한 일이 있어 구체적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병배 부위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더욱 기가 찰 일이 아닌가.

그래서일까? 정유사들은 ‘구체적인 물증도 없이 어떤 사항만을 두고 추정했다’며 이의 신청은 물론 법적대응 태세까지 보이고 있다.

어찌됐건 공정위는 정유사에 과징금은 물론 검찰에 고발까지 했고, 정유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담합을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공정위와 정유사간의 공방이 아닌, 향후 이같은 사항(의문)이 다신 발생되지 않게 철저한 감독과 제도보완이 뒤따라야만 한다. 또한 소비자 피해 보상부분도 생각해야할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들의 불만이 안나오게 좀더 확실한 물증을 잡아 발표해야 할 것이고, 정유사 또한 다시는 컴퓨터를 들고 도주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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