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런 겨울은 처음이다’ 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일기예보 예측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이번 겨울 들어 오보가 부쩍 늘어났다. 대한, 소한 다 없어진 것 같고 이러다가 오늘, 내일 목련 꽃망울이 터지는 것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어떤 네티즌이 매화 꽃망울 터진 것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화재거리가 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겨울장사가 말이 아니라고 한다. 한마디로 죽을 쑤고 있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겨울 한 철 보고 장사하는데 이렇게 겨울 판을 깔아주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 이런 이상난동의 가장 큰 직격탄을 맞는 것이 난방용 에너지 업계인 것 같다. 특히 등유의 소비가 뚝 떨어지고 있다. 등유뿐만 아니라 난방용 에너지 소비 전체가 감소하고 있으며 지구촌 곳곳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 이상난동은 에너지 수급관리에 호재일까? 물론 에너지를 생산, 판매하는 업계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일견 소비가 감소하니 수급관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상난동과 같은 기후변화 현상의 핵심은 불확실성이다. 만약 이상난동 현상이 규칙적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난방용 에너지 소비는 분명히 감소할 것이다.(물론 결코 일어나서는 아니 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어느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가, 또 갑자기 다음 해에는 더워지고 하는 기후 이상 현상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어떻게 될까? 난방용 에너지를 생산, 판매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본다면 어느 해는 쪽박, 어느 해는 대박과 같은 극단적인 현상이 불규칙적으로 되풀이 될 것이다. 즉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면 결국 많은 사업자가 시장을 떠나게 된다. 남아있는 사업자도 방어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대규모 투자를 하여 유전개발을 하거나 공장을 증설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최소한의 유지전략으로 시장 리스크를 관리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급은 줄어들고 가격은 오르게 되어있다. 불확실에 의한 공급 감소가 수요 감소를 압도하여 결국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경제 당국이 인플레를 우려하고 억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물가 상승 현상 그 자체가 아니다. 예측을 할 수 없는 불확실한 형태의 물가 상승이 결국 자본주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종국적으로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도 이와 유사하다.

이상난동과 같은 기후변화 현상은 이상 기온 그 자체도 문제지만 불확실성에 따른 에너지 공급 감소와 이와 연동한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도 현실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상난동이 에너지 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후변화가 지구촌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의 규모에 비하면 에너지 수급이나 가격 상승은 매우 작은 문제일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기후변화 등과 같은 자연환경 파괴 현상이 경제사회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환경파괴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경제부문에 먼저 발생하여 인류 사회를 위기로 몰고 갈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쓰나미, 대지진 등이 특정 국가와 지역의 경제를 파탄 상대로 몰고 간 것을 목도한 바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인류사회는 자연환경 변화와 재난에 매우 취약하며 사후적으로 제대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예방만이 최선이다. 지구환경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따뜻한 겨울을 지내면서 왠지 자꾸만 불안하다. 겨울이 겨울다울 때 봄이 기다려지고, 목련, 개나리, 진달래도 제 철에 순서대로 피어야 아름답다. 겨울이 겨울 같지가 않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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