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FTA 협상을 놓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에너지분야의 개방문제도 이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2일 전기·가스 11개 노동조합이 외교통상부 정문앞에서 전기, 가스부문의 개방을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노동조합은 미국이 분명하고 단호하게 한국의 전력, 가스산업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책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대정부 규탄투쟁을 전개한다는 것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미무역대표부(USTR) 연례보고서가 펴낸 각국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2005년 한국에서 민영화된 공기업이 하나도 없음을 지적하고 민영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미상공회의소도 한국가스공사 등의 민영화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본 협상에서 제기된 사실이 없다고 했으며 외교부는 미국측의 관심은 사실이지만 구조개편 등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이미 약속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이 에너지분야의 FTA 문제가 수면위로 공론화될 경우 협상에 득될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가 에너지분야에서도 한미 FTA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연구기관의 대응연구와 수차례에 걸친 대책회의를 가져온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분야의 개방문제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공론화 과정은 필요하다.

그동안 에너지분야 개방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했었다.

혹자는 에너지분야 한미 FTA 개방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이 외국에 종속된다거나 붕괴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협상에서 밀리면 에너지자주율이 떨어질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반대로 에너지산업에 민간자본 또는 해외자본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필요한 최소한의 정부권한이 유지될 것이므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에너지산업의 해외 종속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해외 진출을 모색하면서 외국의 국내진출을 법적,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해외진출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같이 에너지분야의 한미 FTA가 체결되면 에너지산업의 민영화는 필연적인지,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가 곧 해외자본 종속으로 귀결되는지, 외국자본이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하는지 등의 많은 논제는 여기에서 논외로 하더라도 그동안 에너지분야 FTA 논의가 공론화되지 못하고 밀실에 갇혀 있었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에너지 시장 개방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이러한 국제사회의 개방요구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에너지분야 개방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하고 밀실에서 쉬쉬한다면 향후 합리적인 대응방안 모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밀실에 가둬뒀던 논제를 바깥으로 꺼내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한국사회에 맞는 바람직한 에너지 산업구조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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