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석유화학업계가 지난 1994년부터 11년간에 걸쳐 제품 가격을 담합해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한편 5개 회사는 검찰에 고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기업의 가격담합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나서 우리 소비자들이 느끼는 허탈감을 과연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특히 11년간에 걸쳐 석유화학업계가 담합으로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 1조 5,600억 원이 결국은 소비자의 부담이었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당혹감과 허탈감은 더욱 클 것이다.

시장경제에 있어서 제품 가격을 담합한 것은 소비자를 우롱한 것은 물론이요 시장 자체를 파괴시키는 중대한 범죄임이 분명하다.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시장의 핵심인 소비자들의 피해를 가져와 시장경제 자체에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문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담합행위가 이뤄지는 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11년간이라는 긴 시장동안 석유화학업계 기업들이 가격담합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득하는 동안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한 것인가.

소비자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NGO로써 한명의 소비자로써 소비자를 우롱한 기업들의 담합을 밝혀내지 못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함에 반성을 촉구한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석유화학업계가 비닐봉지, 각종 플라스틱 용기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필수품을 공급하는 대표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또 국내 굴지 기업들로서 담합의 부도덕성과 폐해에 대한 비난과 공분을 외면하고 불법적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결코 용서받기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석유화학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많은 분야에서 기업의 담합행위가 있다는 점이다.

제분업체, 세탁 주방용 세제업체 등이 소비자에게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준 담합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각각 4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은지 얼마가 되었다고 또 이런 소식을 접해야 하는가?

‘한국의 소비자는 봉이다. 그래서 소비자운동은 외롭다’

우리 기업들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이 중요하다며 투명경영이라든지 지속가능한 경영 등을 앞다투어 도입, 시행하고 있다.

담합에 참여한 기업들도 모르긴 몰라도 이러한 사회적 추세에 적극 따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면 기업들이 소리높여 말하는 투명경영이, 지속가능 경영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입으로는 소비자를 생각하고 소비자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포장만 하는 기업들의 지위 남용과 부당행위, 담합 등이 사라지는 날을 기대해 보는 것은 정녕 어리석은 일인가?

이차에 담합에 참가했던 해당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진실되게 사과하고 그동안 취득한 부당이익을 가격인하를 통해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소비자를 우롱하고 시장을 어지럽히는 중대한 가격담합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구축해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담합행위를 시장경제의 적으로 규정하고 엄청난 과징금과 함께 책임자 처벌까지 병과하는 경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이 가격담합행위를 하면 패가망신하게 된다는 엄정한 인식을 가지도록 우리 소비자들도 두 눈을 부릅떠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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