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원 과학기술부 수소에너지사업단 단장
에너지 고갈과 환경에 대한 우려로 인정받기 시작한 수소경제의 가치는 각국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추진할 정도로 막대한 것이다. 기술적 장애 요인은 시장진입과 직접 연관되는 것이어서 넘어서야 할 대상으로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라고 처음부터 예상하고 그림을 그려왔다. 수소연료전지분야의 로드맵이 주는 메시지는 선두에 있는 미국이나 일본 뿐만 아니라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뛰어든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속가능사회를 말 할 때마다 중요한 기술로 수소연료전지가 언급되는 것은 에너지공급과 이용 모두를 해결해 줄 묘책은 아니지만 현재와 미래 에너지 네트워크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된다는 점에 있다. 에너지 수급망의 균형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의 중심축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에너지공급 안보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기업이든 정부든 장기간 연구개발에만 전념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연구비를 주고 바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성과가 있는지 물어보는 시대다. 대부분 목표는 높고 현실은 못 따른다. 연구개발된 기술이 어떻게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사실 소비자의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에 있다. 기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기술과 경합해야 하기에 이미 소비자의 눈은 높아져 있으며 소비자 요구를 적절히 맞추면서 실증을 거쳐 시장 문을 두드리려면 60점 수준은 돼야 한다. 40점 이하의 낙제점으로는 소비자의 실망만 크게 되고 시장문은 더욱 굳게 닫게 해 줄 뿐이다. 성능만이라도 월등히 좋다면 특수목적으로는 가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료전지가 제미니 인공위성에 탑재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이며 군사용으로의 수요가 단기적으로는 기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와 기업이 연구개발을 할 때에는 돈 버는 원천기술 개발을 원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료를 들어 이미 수소연료전지에 관한 한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2008년 북경올림픽대회를 앞두고 청정한 대기를 만들기 위해 연료전지와 연료전지차량의 개발과 시범운행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대기 청정화를 위해 저공해차량 보급에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것이 계기가 돼 우리나라는 천연가스차량 보급정책과 실적에 관한 한 전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사례로 꼽히게 됐다.

연료전지가 개발이 안되면 수소경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가? 연료전지가 갖는 장점인 고효율, 무소음은 수소경제를 꿈꾸는 기폭제가 됐고 큰 축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내연기관이나 터빈 기술도 점차 경쟁 기술 또는 보완기술로 개발되고 있다. 영국의 BP가 개발 중인 수소터빈 발전소는 화석연료를 가스화함으로서 수소를 얻어 이를 터빈 발전에 이용하고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유전의 원유 회수율 증대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인데 2009년 이후에는 가동될 전망이라고 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열효율 46%의 수소디젤엔진(600~5,000kW급)을 차세대 기술로 보고 연구 중이며, 수소엔진으로는 휘발유와 병용할 수 있는 로터리 또는 왕복형 엔진을 개발 중이다.

올해도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이벤트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미 2월에 일본에서 전시회와 아시아수소학회가 열렸고 3월에는 미국수소협회에서 전시회와 강연을, 4월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6월 이후에는 벨기에, 중국 등 각국에서 줄을 이어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의 관심을 증대시킬 교육 홍보 목적으로 오는 4월7일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전 소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모형수소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린다. 또 2009년에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가 주관하고, 일본 및 중국의 수소학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아시아수소학회가 열리게 되는데 이를 기회 삼아 세계인을 대상으로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전시회를 함께 기획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태에 있다고 말하지만 역으로 샌드위치의 가장 맛있고 영양을 갖춘 부위임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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