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제발이 저리다고 했던가, 시민단체가 이런 사람들은 안된다고 명단을 내놓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시끌벅적대는 걸 보면 금뺏지 꿈꾸는 사람들 중에는 뭔가 떳떳치 못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잘아다시피 오는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실련이 공천 부적격자 160 몇명인가를 선정해 그 명단을 공개한 데 이어 참여연대와 환경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412개나 되는 시민단체들이 ‘2000년 총선 시민연대’를 발족시켜 총선과 관련해 후보자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만들고 만약 부적격자가 공천이 되면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정치권이 발끈하는 등 때이른 선거 얘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더구나 특정인 낙선운동이 현행 선거법상 불법이라는데도 시민연대는 낙선운동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을 태세인 데다가 이들의 낙선운동이 시민사회에 상당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어 위법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정치권과의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고 있어 선거때까지 조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쨌거나 경실련과 시민연합의 이와같은 문제제기는 유감스럽지만 그동안 개혁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정치권으로서는 자업자득이라해도 별로 할말이 없을 것같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강했던 국민의 정치개혁요구를 외면한채 제몫 챙기는데에는 적극적이었다는 여론의 지탄도 있었을만큼 정치권은 말로만 개혁을 외쳤을 뿐 국민들 앞에 이렇다 할 개혁의 성과를 제시못한게 사실이며 화근이다.

더구나 IMF체제를 떠안고 출발한 국민의 정부가 출발초기부터 그 무엇에 앞서 손 발 걷어부치고 나선 것이 개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계 등 민간부문의 그것에 비해 솔선수범을 해야할 정부나 정치권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개혁 속도가 느리고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물론 부문별로는 다소의 성과도 없지 않았던 것을 모르는바는 아니다.

인력조정이나 자회사정리, 통·폐합, 지분매각 등 성과도 있었으나 지지부진 하다는 것은 언젠가 정부도 인정한바 있고 무엇보다도 의식이 바뀌지 않고 있는 점은 여간 심각한게 아니며 민간부분의 개혁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밀어 붙이면서 정부나 공기업은 변한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구태의연한 점은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가스업계도 아직은 이렇다할 변화의 조짐을 볼 수가 없다.

개편이다 구조조정이다 개혁을 말하는 입술은 모두들 바쁘지만 입으로만의 개혁이며 구조조정일뿐 세월아 네월아 눈치만 보면서 시늉만 하고 있는듯 싶어 안타깝다.

사람 몇명 줄이고 이러저리 조직이나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이 개혁의 전부이거나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일 수는 없다.

그런일들은 오히려 조직원들에게 만성적인 불안감만 조성해 사기를 저하시키고 능률을 해칠 뿐이다.

― 개혁에 모든 직원이 참여토록 해 그들 각자가 중요한 존재임을 믿게 해야하며 개혁이 꼭 성공하리란 신념을 직원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윗사람 위주로 기업을 운영해서는 안되며 필사적으로 관료주의를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19년동안 단 하루도 개혁의 고삐를 늦춘 적이 없다.

지난 4년동안 우리는 전직원이 참여한 수천번의 워크 숍을 통해 건전한 위기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제너럴 일렉트릭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이끈 잭 웰치 회장의 말이다.

낙선운동과 유권자 눈초리에 시달리는 정치권의 수난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늦게나마 잭 웰치 회장과 같은 자기혁신에의 의지와 열정이 있어 우리 가스업계도 성큼 발전해야 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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