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이 엮어지는 터전인 건물들에는 점점 다양한 사항들이 요구된다. 의식주라는 기본요소 가운데 하나인 쉼터로서의 머무는 곳 이상의 역할이 필요하다. 건물 자체의 외관이 아름다워야 하며 주변 환경과의 조화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미래형 건물의 필수조건으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인텔리전트 설계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21세기의 건물은 무엇보다도 에너지효율면에 있어서 경제적이어야 한다. 고갈되는 자원과 오염되는 환경을 생각해서 기초설계에서부터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이에 대전 유성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에 시범적으로 세워진 초에너지절약형 건물을 소개함으로써 건물에서의 에너지절감 방안들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부존 에너지자원이 적고 97%에 달하는 에너지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와 환율의 변동에 따라 우리가 부담해야 할 에너지 비용에 많은 변화가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는 경우 약 1조원에 상당하는 에너지비용이 추가되는데 이러한 비용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며 에너지자원빈국인 우리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이다. 이러한 우리의 실정상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원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건물 부문에서의 에너지 소비량은 년간 에너지 총 소비량의 약 25%에 달하고 있으나 건물은 한번 건립되면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건물의 에너지성능이 몇십년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무실건물은 대부분이 임대용으로 건립된 건물로서 건설경비절감이 중요한 건축주들이 에너지절약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던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에너지절약형 건물의 건설이 필요한 우리나라의 실정상 건축주로부터 설계 및 시공자 그리고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건물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제 새로이 시작되는 천년은 에너지자원의 고갈을 염두에 두어야하며 언젠가는 제3의 에너지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시범적으로 시공돼 사무동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전 유성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의 초에너지절약형 건물을 소개한다.

초에너지절약형건물은 에너지의 특성, 에너지장치의 효율, 에너지사용환경, 에너지 수요·공급의 시간적 변동 등의 제반 요소를 심층적으로 고려해 태양열, 지열 등의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고 폐열회수나 폐열 재이용, 건물 외피의 단열강화와 기밀성 구조 등을 통해 건물의 열손실과 열획득을 최소화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불필요한 에너지의 절약과 시스템 효율의 증대를 통해 1차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해 궁극적으로 에너지자원의 보존과 지구환경의 보존을 추구하는 목적을 지닌다.

4년간(94년7월∼98년8월)에 걸친 연구과정을 거쳐 세워진 에기연의 초에너지절약형 건물(연구책임자 : 박상동, 서항석 박사)은 지상 3층에 3백34평 규모로서 전시 및 회의실과 연구실로 구성돼 있다.

이 건물에 적용된 에너지절약요소기술은 건축, 설비, 전기부문에 걸쳐 74가지이며 설계에너지소비량(DEC : Design Energy Consumption)은 74Mcal/㎡.y로 사무실 건물로서는 에너지소비가 가장 적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물이다.

이와 유사한 초에너지절약형건물로서는 일본의 오바야시구미 기술연구소 본관 건물, 영국 건물연구소(Building Research Establishment) 건물, 미국 신재생에너지연구소(New and Renewable Energy Laboratory) 건물 등이 있지만 에너지소비량은 에기연의 초에너지절약형건물이 세계 최소를 자랑한다.

초에너지절약형 건물에서 에너지의 사용은 기존의 전기에너지, 가스 또는 화석에너지 등의 사용을 가급적 배제하고 가능한 무료인 대체에너지를 활용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연구소를 방문하면 초에너지절약형 건물과 태양동산의 대체에너지 시설들에 대해 홍보협력과 직원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중외피

건물의 남쪽 방향에 온실형 공간을 설치해 태양열에 의한 공간내의 공기를 가열시켜서 겨울철의 난방에 이용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또한 여름철에는 통풍을 시켜 냉방부하를 줄여준다.

건물의 정남향 전체에 걸쳐 폭 1.5m, 길이 19.5m, 높이 11.4m, 유리면의 면적 222.3㎡인 온실공간을 설치했다. 온실공간의 외측에 6mm 두께의 색깔 유리창을 설치하고 실내측에는 24mm 두께의 열반사유리(Heat Mirror)를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이중유리창과 이중외피를 비교하면 냉방부하가 남쪽 창면에서 약 38% 절감이 되고 겨울에 실내까지 투과되는 일사량은 외부 유리면에 도달하는 전 일사량의 약 10% 정도가 된다.

이중외피를 채용했을 경우 여름에는 약 22%, 겨울에는 약 25% 정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ool Tube

온도가 안정돼 있는 대지의 보온효과(겨울)와 냉각효과(여름)를 이용하기 위해 땅속에 파이프나 Tube를 매설하고 그 속에 외기를 통과시켜서 공기와 지중 온도와의 열교환을 통해 여름에는 냉각된 공기를 얻고 겨울철에는 가열된 공기를 얻는 방법이다.

땅속에 스테인리스관을 3m 깊이에 묻고 그 관을 통해 외기를 건물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예열, 예냉효과를 지닌다. 여름철의 냉각 효과는 외기 온도보다 3∼4℃ 정도로 내려가고 겨울철에는 외기 온도보다 평균 2∼3℃ 정도 높게 됐다.

지하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특히 건물에 냉난방부하를 저감시키는데 필수 요소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신선한 외기를 지하에 매설된 관에 유입시켜 지하의 열원과 열교환을 시키므로서 하절기에는 예냉된 공기를 공조기로 보내 공조부하(냉방)를 감소시켜 주고 동절기에는 예열된 공기를 이중외피의 하부에 공급하여 난방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Cool Tube를 이용한 지중열교환 시스템의 열적성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외기온도, Tube의 직경, 길이, 매설깊이, 흙의 열전도율, 공기의 유량, 지중의 수분함습율 등을 고려했다.

그 결과 공급온도와 송풍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공조기를 구입, 설치했고 Cool Tube의 매설깊이를 3m로 정했으며 관의 길이는 70m, 관경은 30cm, 관의 재료는 스테인리스로 3개의 Cool Tube를 1.5m 간격으로 설치했다.

이 Cool Tube의 외기인입풍량은 9백CMH 내외로서 건물의 단위면적당 년간 약 13Mcal/㎡year의 에너지가 지중열 전달을 통해 절감된다.


◆광선반

빛이 사무실에 직접 닿게 되면 눈부심 등 사무능률이 저하되므로 이를 막기 위해 건물남측 개구부에 빛을 반사하는 장치를 설치했다.

빛을 사무실 천장으로 반사시키면 천장면에서 사무실 바닥으로 재반사가 일어나며 이러한 반사경로를 따라 빛이 실내 깊숙이 전달돼 창에서 멀리 떨어진 실내공간을 밝게 해줌으로써 실내 조명용 전력소비를 절감하는 것이다.

이 건물의 남측 사무실은 일반 사무실에 비해 조명부하가 4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광선반의 효과가 크다.


◆문과 창문의 틈새바람 방지

창문은 틈새를 통한 침입외기부하를 감소시키기 위해 고기밀, 고단열 시스템 창호를 사용했다. 이 창호는 PVC창틀 내부에 철판으로 된 보강재가 내장돼 있어 창틀의 비틀림이 없으며 대단히 견고하다.

또한 이 창틀의 둘레를 따라 창문의 잠금장치가 8개 있는데 잠금용 손잡이를 한번만 동작시키더라도 창틀 둘레의 8개 잠금장치가 동시에 작동되도록 돼 있어 기밀성이 매우 뛰어나다. 이 창문의 틈새를 따라 유출되는 공기량은 일반 창문에 비해 20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며 단열성능과 기밀로 인한 에너지절약효과를 종합한 에너지절감효과는 일반창문 대비 65% 정도이다.

또한 출입구의 전면에 방풍실을 설치해 외기의 실내 유입을 최대한 억제해 냉난방 부하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출입문도 지역 풍향을 고려해 결정하고 대향측에 문 또는 개폐창이 없도록 설계했다.


◆단열 셔터

야간에 일어나는 실내 열손실을 억제하기 위해 건물의 남쪽 및 북쪽 유리창면에 전동 모터로 구동되는 알미늄 재질의 단열 셔터를 설치해 야간의 열손실을 최대한 억제하게 해 건물의 예열기동부하를 적게 했다.


◆태양광 발전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태양전지를 이용, 태양빛을 전기로 변환시켜 축전지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기술이다.

본 건물에서는 1년 내내 운전돼야 할 급탕 순환펌프(1백W)와 태양열 집열펌프(1천1백W)를 가동시키기 위해 500×1000MM의 표준 태양전지판 40장 정도를 옥상에 설치해 최대 28kWp 정도를 발전해 사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태양전지판을 건축물에 사용하면 첫째, 사용한 만큼 건축자재의 가격이 공제될 수 있고 둘째, 태양전지판이 건축물의 일부자리를 차지하면 이 장치를 떠받치는 구조 및 설치된 부지의 소요경비가 변상될 수 있으며 셋째, 최대한의 빛을 수용할 수 있는 태양전지판을 건물의 외벽에 설치한다면 차양효과에 의해서 건물의 냉각부하를 줄일 수 있고 넷째, 대형건물의 이용에 있어서 전기는 대부분이 주간이므로 태양전지를 건물에 설치하면 주간에 발전된 전기를 건물의 내부 전기부하로 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 건물은 단순히 내후성을 확보하고 열과 빛의 전달을 조절하는 것보다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이것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손실시키는 것보다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현재 충분히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시스템과 보완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태양광 적용 건물의 일부 긍정적 요소는 태양광 시설과 이용기술로 태양열의 자연형 및 설비형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태양광은 건물에 동력을 공급하고 제어하는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설업체의 태양광 활용과 개발은 건축가, 엔지니어, 개발업자, 청부업자, 제작업자, 건물소유자, 부동산 중개업자, 정부기관, 법인단체 등을 비롯한 건설업계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건물에 적용하는 기술은 현재 실용화 단계에 있으며 향후 태양전지의 제조단가가 싸질 경우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건축자재로서의 경쟁성이 있고 또한 효율상의 일부 결함에도 불구하고 건축자재로서의 경쟁이 가능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태양열 냉난방

진공관식 태양열 집열판에서 얻어지는 고온수를 사용해 냉방과 난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태양열집열기는 이 건물 남측의 유리면을 제외한 벽면과 옥상층의 북측 수직벽면의 남측에 부착했는데 진공관식 집열기를 수직벽에 설치한 것은 국내 최초이며 냉방에 이용한 것도 특별한 사항이다.

집열기로부터 가열되는 물의 온도는 유량에 따라 달라지나 여름에는 90℃ 정도, 겨울에는 70℃ 내외로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옥상에 태양전지판 등을 설치해 일사열이 직접 옥상면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하절기 냉방부하경감 효과가 있다.


◆가스엔진 열병합발전

열병합발전은 전기와 열을 동시에 발생하여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발전기의 동력원을 엔진으로 하는 것을 엔진구동 열병합발전이라 한다.

전기와 열이 필요한 곳에서 발전을 하므로 송전손실이 없고 또 필요할 때에 수시로 운전이 가능하므로 에너지의 유효효율이 높다.

가스엔진을 이용한 구동력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엔진의 냉각수와 배기가스의 폐열을 이용해 냉난방을 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효율이 높고 양질의 열출력을 얻을 수 있다.

전체 시스템은 크게 나눠 원동기(Gas Engine), 발전기 및 배열회수 장치 등이 내장된 본체와 본체 주위의 엔진폐열 열교환부 그리고 배가스 열교환부 및 제어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가스연료(도시가스, LNG, LPG 등)의 연소열로 인한 엔진 회전력으로 발전기를 돌려 입력된 연료의 약 25∼27%가 전기출력(본 프로젝트에서는 발전용량 : 36kW급 1기, 23㎾급 1기)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배기가스로 방출된다.

투입연료를 100으로 했을 때 발전에 의해 27∼33%, 엔진 냉각수로부터의 열회수가 25∼35%, 배가스로부터의 열회수가 20∼30%로 전체적으로 총합효율이 최대 87%에 달하고 있어 폐열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 발전방식에 비해 효율이 47∼52% 정도 높다.


◆조명

사무소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약 3분의 1은 조명용 에너지이며 이것은 여름철에 단위면적당 15∼20W 정도의 냉방부하로도 작용해 에너지의 추가 소비를 부추긴다.

이에 건물의 창측에는 태양광의 밝기에 따라 주광제어를 해 조명부하를 절감케 하고 건물의 내부나 지하층 등에는 태양광 조명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재실자가 없을 경우 자동적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조명자동제어시스템과 조명이 필요한 부분만 국소 조명하는 방식(Task ambient lighting)이 적용됐다.

또한 이 건물에는 26㎜ 형광램프, 고효율 전자식안정기, 고반사 저휘도 반사갓 등을 사용해 조명기구의 효율을 높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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