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쉘 장치안전팀장 김동섭 박사
4월 10~13일까지 경주에서 세계적인 관련 학계, 업계, 안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프로세스와 기계적 안전성에 관한 주제의 국제학술대회(WCOGI 2007)가 열렸다. 깔끔한 대회 진행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한 정보교환 등이 국제 학술대회의 좋은 면모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모든 전문인들이 이러한 새로운 장을 마련한 학회 주최 위원회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냈다. 좋은 주제들이 많이 발표되었지만 이중 美 화학안전위원회(Chemical Safety Board) 대표를 맡고 있는 C. Merritt 여사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CSB는 미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립적인 화학사고조사위원회로 1990년에 설립돼 1998년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곳은 유화산업과 관련된 사고의 근본원인을 분석, 조사하고 추후 동종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의 업무는 ‘유화사고 방지법의 장려’다.

따라서 CSB에 주어진 과제는 ‘이제 어떻게 사고를 방지하는가?’에 있다. 첫째 경영진이나 일반 종업원 모두가 스스로 위험한 물질들을 다루고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이것들을 제거하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때문에 공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를 위해서는 설계에서부터 이러한 위험도를 고려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위험들이 설계 상태에서부터 고려될 수는 없다. 그래서 예측되는 사고들을 엔지니어링, 프로세서 매니지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방지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운전자의 훈련도 매우 중요한 분야다. 이 같은 이유로 관리자들은 현장 운전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2003년 美 우주국의 콜롬비아 스페이스셔틀 사고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 사고의 주요원인은 연료탱크 주위의 1.3kg 정도의 방열재가 떨어져나가면서 왼쪽 날개 부분에 부딪혀 손상을 입힌 것이다. 당시 몇몇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담당임원들은 과민한 반응이라고 무시해 버렸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안전밸런스는 경영인의 첫째 과제
안전의 과신은 대형사고 잠재원인

이 대형사고 후에도 여전히 남는 의문중의 하나는 몇몇 엔지니어들이 위험을 피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아무도 이에 대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교훈을 통해 유화산업에도 흔히 직면할 수 있는 아주 유사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이는 바로 경영진으로서 결정해야 하는 ‘Balance’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경영을 맡은 임원으로서 경비 절감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생산과 생산성 향상을 함께 달성해 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밸런스도 같이 이뤄야 하는 제약이 있다.

어찌 보면 서로 상충되는 상황 속에서도 ‘Balance’를 이뤄야하는 상황 때문에 어떤 문제들은 무시해야 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는 우리도 쉽게 직면할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사고로 인한 재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다시 NASA의 경우로 되돌아 가보자. 지난 십수년간 美 항공우주국은 예산절감으로 많은 유경험자들이 은퇴하거나 구조조정과 함께 일관성 없는 조직의 운영 등으로 인한 외부요인, 또한 셔틀 발사시마다 매번 조금씩은 내열재가 떨어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하였지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과거 경험을 근거로 당시 상황을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안이함 또는 비정상의 정상화 ‘normal abnormality’에 의한 자기 합리화로 임원진들은 방열재가 떨어져 날개를 쳤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NASA의 안전기록은 아주 훌륭하다. 그리고 개개인의 재능이나 능력은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NASA의 안전 담당자가 셔틀 스케줄이나 예산 부서장에게 보고하는 체계가 되어 있다면 스케줄 부서장은 주어진 여건 하에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리기 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만약 이 보고를 받고 발사를 중지하고 수개월간 보수를 진행했다고 가정하면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수년 동안 NASA 셔틀은 사고 없이 잘 운행되었다. 그래서 날개 부분의 손상을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사 후에 공중에서 보수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경험으로 보건데 매번의 실수가 모두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NASA의 훌륭한 안전에 대한 기록이 자만을 초래했고 위험과 내재된 대형사고 잠재력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이다.

이 문제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끊임없는 안전문화이다. 즉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며 항상 Positive Feedback을 통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때라도 항상 안전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생활 패턴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다음호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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