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동안 나에게는 두 번의 초상과 두 번의 해외 출장이 있었다. 첫 번째 초상은 장인어른 상이었고 나는 장인어른 상을 치른 후 삼우제를 지낸 다음날 중국 서안으로 5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일주일 후 내 누님의 남편인 매형이 세상을 떠서 상을 치루고 발인 다음날 일본으로 출장을 5일간 또 다녀왔다.

두 분 모두는 나에게 처가, 친가 쪽의 가까운 가족이었기에 가족을 먼저 보내는 아픔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출장이라 마음이 무겁기는 했지만 생업을 뒤로 미룰 수는 없었다.

중국 서안 출장 중 우선 느낀 점은 찬란한 역사와 문물은 누군가의 노고와 희생 없이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2,000년 전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의 진시황릉과 병마용은 당시 20만 명에 달하는 노역자들의 목숨을 바쳐 만들어진 대규모 토목공사였다는 점에서 삶과 죽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고 영생불사를 꿈꾸던 진시황의 허망한 욕심이나 천하를 통일한 절대 권력 모두 유한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되새기게 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진시황의 그 같은 욕심 덕분에 2,000년이 지난 지금 후세 사람들은 그가 만든 엄청난 문화 유적을 자원 삼아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이를 통해 손쉽게 먹고 살아가는 점은 ‘폭군이 남긴 선물’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당시 숨져간 20만 명 노역자들의 목숨의 댓가일까.

반면 일본 출장에서는 항상 느끼듯이 일본인들의 바쁘고 꽉 짜여진 톱니바퀴와 같은 일상 속에서도 옆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주어진 업무를 철저히 바보스러울 정도로 꼼꼼히 처리하는 그들만의 성실함과 치밀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쇼쿠닌 다마시(織人 魂)라고 불리우는 장인정신은 오늘날 일본을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근간일 것이다. 그들은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일을 철저히 꼼꼼하게 처리해야 했을 것이다. 규모보다는 내실을 선택한 일본의 쇼쿠닌 다마시(織人 魂)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술로 이어졌고 그 결과가 바로 소니와 같은 세계 최대 전자회사를 낳게 한 것이리라.

중국 진시황제 병마용의 거대함과 웅장함에 비교하면 아주 작고 볼품없을지는 몰라도 일본인들이 추구하는 세밀함과 정확성은 최첨단 전자제품이 되고 최신 기술로 다시 태어나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선조들의 목숨 값인 병마용을 관광 상품화해서 쉽고 편하게 돈을 벌고 있는 중국과 대를 이어온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일본인들을 비교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것일지 모르지만 가까운 가족의 죽음 뒤에 느끼는 역사와 선조들의 삶에 대한 내 나름의 단상이다.

세월의 강

어른들은 언제나 나보다 지혜로웠다.

어른들은 내게 말했다.

생각 하나만 접어도 마음에는 평화가 온다고...

사람을 가르치는 건 책이 아닌가 보다.

사람을 가르치는 건 사람이 아닌가 보다.

세월이... 그가 견뎌 낸 세월이...

사람을 가르치나 보다.

- 이철환의 ‘곰보빵’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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