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봉 중앙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자랑하지만 이에 비해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사회적 성장은 아직 그리 높지 못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2005년 통계에 의하면 총 111개국 중 우리의 사회적 성장 수준은 30위에 그치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령화 대비 정책,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에코테크노 기술도입, 양극화 해소 정책, 균형발전 정책 등이 사회적 성장 및 삶의 질을 개선하여 줄 것이다. 하지만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가기위한 관심 및 정책추진은 아직도 미약한 것 같다.

3S(Sustainable Safe Society)의 필요성을 주장한 임현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가 후진국형인 국가안보 위험, 정치적 억압 위험, 경제적 생계 위험 등에서 선진국형인 자연재난 위험, 생태 위험, 사회적 해체 위험, 기술적 재난 위험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네 종류의 위험 중 기술적 재난 위험만이 우리가 적절한 안전관리 시스템 또는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저감시킬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기술 의존도가 더욱 커지면서 기술적 재난 위험도가 증대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안전망 구축 기술이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가 주도하여 투자하고 추진해야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민간에서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전기술 필요성의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까이 가장 오랜 시간 혜택을 받는 것이 전기와 가스 등의 에너지다. 때문에 이들과 관련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안전망 구축은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 가스사고의 경우 대략 전체사고의 약 70~80%가 LP사고이기 때문에 사고를 감지 또는 방지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은 LP사고 위험의 제거에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전기의 경우 2001년부터 5년 동안 인명피해가 2,007명, 재산피해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피해가 크다. 이에 따라 화재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여 재래시장 등의 다중 이용시설 소외계층 등에 적용하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두 경우는 가스 누출의 탐지 또는 과전류, 누설, 아크 등 화재사고 원인의 탐지 등의 센싱 기술만 서로 다를 뿐 나머지 신호처리, 전송, 원격 감시 통신 등 관련 기술이 매우 유사하다. 또한 이 외에도 가정에서 일어나는 긴급 의료상황 정보, 가스 메타, 전기 메타 등의 사용 정보 등도 통합되면 기술 융복합에 의해 일반 가정은 종합 안전 관리망으로도 발전될 수 있다.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이러한 안전관련 시스템의 개발 및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안전전문가 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이나 정책 당국이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우리나라의 사회적 성장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기술적인 안전시스템 이외에 제도적인 안전망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비극적인 사건 소식은 같은 나이 또래의 자식을 키우는 내게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사고도 이미 수 차례 미국사회에서 경험한 사고 유형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를 방지할 제도적 시스템은 정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사건 전에 여러번 사고가 발생할 징후를 보였는데도 이를 방지하지 못했는데 이 사고도 제도나 예방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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