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고유가 수준과 장기 전망을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에너지절약, 고효율기기 도입 등과 같은 전통적 대응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이며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최근의 관심 고조는 이러한 동향과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화석 에너지 고갈에 대비하고 에너지 안보, 지구온난화 문제와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미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지만 현재까지 개발 성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고유가의 장기화는 부진한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시 수소에너지 개발을 에너지정책의 핵심 주제로 설정한 것이 이러한 흐름을 잘 반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만약 우리의 계획과 희망대로 대체 에너지 개발과 보급이 촉진돼 화석 에너지의 사용량이 현저히 줄어들고(유가도 하락), 그 결과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되는 등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타난다면 현재의 고유가 위기가 미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소위 ‘고유가 패러독스’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수소 에너지와 같은 대체에너지가 언제쯤 가격경쟁력을 구비한 대중적인 보급형 에너지가 될 수 있냐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어떠한 자료에서도 이런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충분히 겪고도 남을 만큼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고유가 현상은 이러한 수소에너지와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당분간은 기존의 화석에너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경제주체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만약 대체에너지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높으면 현재의 화석연료 부존량 추정치를 감안할 때 각종 화석에너지들의 가격은 폭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대체에너지개발정책의 포트폴리오 문제를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우리가 수소에너지 개발에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걸고 있지 않느냐하는 점이다. 물론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대안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수소에너지 개발은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자동차와 다른 에너지기기개발도 병행돼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대안 가운데 하나로 기존 화석연료의 고효율성 추구를 들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정책이 현실적으로 고유가 문제를 극복하는 등 경제적 실효성이 높고 당장의 환경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가 있다.

그리고 화석연료 이용의 고효율화가 달성되면 대체에너지개발이 더더욱 탄력을 받아 개발이 촉진될 수도 있고 다양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완벽하고 완전한 경제성 있는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기존의 화석연료를 완전 대체한다면 아마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혁명이 될 것이다.

세계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 등 기존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일이다. 이만큼 큰 사안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은 기대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국내 정유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경질유 생산 확대를 위한 고도화 설비투자 사업이나 고연비 자동차 개발 등이 화석연료 고효율성 추구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계란을 나누어서 바구니에 담는 지혜가 대체에너지개발 전략수립과 추진에서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