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저지른 실수중에서도 실수를 하게된 앞뒤사정이나 원인을 들어 더러는 용서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사고에 있어서도 이와 비슷해 어떤 사고의 직접원인이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거나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것이었을때 그 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는 없으되 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사후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느냐, 최선을 다했느냐에 따라 피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사돈 벌초하듯 시공했거나 평소 점검·관리를 소홀히 해 충분히 예방가능했던 사고를 당했다면 문제가 다르다는 얘기다.

가스사고중에도 그 원인이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그래서 이제야말로 서둘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경우가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가스사고 분석자료집에 보면 사용시설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중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 있는데 이른바 ‘마감조치 미비’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잘 알고 있다시피 사용하던 가스연소기의 설치 장소를 옮길 목적으로 떼어내거나, 새것으로 바꾸기 위해 철거했을때 연소기와 연결돼 있던 배관끝부분 구멍을 프러그로 막아 가스가 새지 않도록 하는 아주 간단한 조치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사고의 원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마도 새해들어 첫번째 사고가 아니었을까 싶은 지난 13일 대전시 중구 소재 어느 음식점에서의 LP가스 폭발사고 원인도 노후된 주물연소기 교체를 부탁받은 공급자가 3개중 2개는 교체하고 연소기를 떼어낸채 마감조치없이 방치한 나머지 배관에서 가스가 새어나와 발생한 사고라니까 이 역시 ‘마감조치 미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은데 배관 균열이나 이음새 이완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사고라면 또 몰라도 이 상식이하의 ‘마감조치 미비’로 인한 사고는 과연 속수무책이며 이를 근절시킬 대책은 정말로 없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더구나 마감조치 미비중에서도 가스의 성질이나 위험성을 잘 모르거나 마감조치를 알턱이 없는 사용자의 과실이라면 그래도 이해할만하다 하겠지만 가스공급자나 시설시공자의 손을 거친 것이라면 이는 결코 이해하거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흔히들 마감조치가 안된 배관에서 가스가 샌다고들 말들 하지만 이는 핀홀이나 균열에서 새는 것과는 달리 가스가 쏟아진다고 표현해야 마땅할 만큼 생각만해도 끔찍하고 엄청난 일이다.

따라서 마감조치를 소홀히 한 공급자나 시공자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어야 마땅할 것이며 안전관리 당국도 최소한 마감조치 미비로 인한 사고만큼은 반드시 근절시키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대책을 세워야지 더이상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가스안전공사는 기회있을때마다 교육과 홍보를 통해 마감조치를 철저히 해줄 것을 강조하는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며 오랫동안 그와같은 노력을 해왔음도 또한 사실이지만 이제는 보다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안 모색이 절실하며, 새로운 접근방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감조치에 소홀한 업체나 사람들을 엄격히 처벌해 경각심을 갖게 할 수도 있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매매춘 행위를 한 사람들 이름을 공개하듯 사람의 생명을 우습게 알고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람 이름도 널리 공개하는 방법도 한번쯤 생각해봄직 하지 않을까….

생명은 누구의 것이나 귀한 것이며, 또한 보호받아 마땅한 것이기에 엉뚱한 생각도 서슴치 않게 되며 마감조치 미비란 다른 어떤 사고원인과 달리 사고를 막아야 할 사람의 손에 의해 준비된 위험이며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험이기 때문에 더욱더 간절하게 관계자들의 분발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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