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소각장 설치 반대, 열병합발전소 건립 반대, 변전소 설치 반대, 도시가스 지역정압기 설치 반대, 음식물자원화시설 건설 반대, 방사성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반대….

에너지사업을 추진하는 곳이라면 현수막을 통해 흔하게 봐왔던 문구들이다.

에너지사업을 둘러싸고 사업자와 주민 또는 민-관 사이에서 입지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갈등의 해결보다는 무조건적 반대를 내세우는 강경파가 득세하기도 하고 타협보다는 실력행사와 법정소송을 통해 민-관 사이의 소모전이 되풀이되는 사례도 많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도 만만찮다.

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피시설, 혐오시설 또는 위험시설로 인식해 “우리 지역은 안된다”며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공공성을 앞세워 사업을 강행하는 관 또는 사업자가 부딪히기 때문이다.

민선 지역 자치시대의 선출직 단체장이 주민들의 뜻을 거스르기보다는 일단 따르고 보는 ‘포퓰리즘’도 만연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서울시가 직원들의 업무공간인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내에 그동안 혐오시설 또는 위험시설로 인식돼왔던 CNG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키로 한 사례는 신선한 충격이다.

천연가스 충전시설이 과학적이고 기술적이며 안전성과 친환경성이 입증된 시설임에도 시민들이 막연하게 불안해 하는 것은 이미지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천연가스 충전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서울시의 정책적 결단이다.

서울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울시내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배출가스를 줄여 대기질을 개선, 맑고 깨끗한 공기를 돌려줌으로써 시민들에게 생활적인 편익을 주기 위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심장부인 시청부지에 천연가스충전소를 설치함으로써 님비현상을 극복해내고 그동안 진전되지 못했던 도심지역 천연가스버스 보급사업을 추진하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터져 나오는 님비현상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갈등해결 기구나 제도도 부족하고 갈등이 발생했을때 사실상 조정·중재할 수 있는 기능은 유명무실하다.

무엇보다 시설을 설치하려는 공공기관 또는 사업자와 주민간 기피 시설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인식의 공유를 토대로 불이익을 우려하는 주민들을 협상의 상대방으로 존중해 계획의 입안 단계부터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

물론 선진국도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기피시설이 자기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은 예가 적지 않다. 이 경우 △공평한 부담 △적절한 보상 △주민 참여 유도 등 세 가지 원칙이 공통적으로 적용됐다.

우리는 방사성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 과정에서 겪었던 부안사태와 그 이후 중저준위 방폐물처리시설이 경주지역으로 결정되기까지 겪었던 소중하고 아픈 경험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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