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3일 법률 제7860호로 제정된 에너지 기본법 제2조 제1호는 에너지란 ‘연료·열 및 전기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규정의 문제점을 한번 검토해 본다.

우선, 물리학에서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the capacity to do work)’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일(work)’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논쟁의 대상이지만 물리학자들은 ‘힘×거리=일’이라고 설명한다. 즉 에너지란 무엇인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의미하며 그 결과가 ‘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하루 종일 벽을 밀고 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 아무 ‘일’을 못한 것이고 미끄러운 얼음 위를 저절로 미끄러지는 아이스하키 퍽에 아무런 힘이 가해지지 않았다면 이것도 아무 ‘일’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는 화학 작용에 의해 석유나 가스 같은 물질에 저장됐던 에너지가 방출되는 화학에너지, 온도가 다른 두 물체가 접촉할 때 온도가 높은 부분에서 낮은 부분으로 입자의 운동에 의해 이동하는 에너지인 열에너지, 물질의 질량이 내포하고 있는 질량에너지, 운동하고 있는 물체가 가지고 있는 운동에너지, 물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위치에너지, 전기에너지 및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오는 태양 방사에너지 등이 있다.

이런 에너지에 대한 기본적 지식에 기초해서 에너지 기본법을 살펴본다면, 에너지 기본법은 연료인 석유, 가스 및 석탄 등 태워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열 그리고 전기만을 에너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몇 가지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생산한다.

첫째, 에너지와 에너지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란 위의 정의와 같이 잠재적인 능력을 의미하고, 에너지원이란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동력을 의미하는데, 원칙적으로 연료는 에너지원이고 열이나 전기는 석유나 가스 같은 에너지원을 이용해 생산된 에너지이다. 따라서 같은 범주 안에 넣을 수 없다. 나아가 에너지 기본법의 제정 목적은 에너지 자체의 수급구조에 관련된 효율성의 확보가 아니라 에너지원의 안정적 확보와 에너지원의 효율적 관리에 있어야 하며, 따라서 전기 같은 에너지 자체의 안정성 및 안전성은 전기사업법 등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둘째, 에너지의 범주가 너무 좁아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포섭할 수 없게 된다. 즉, 질량에너지나 위치에너지 등이 에너지 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질량에너지와 관련된 에너지는 원자력에너지인데 무리하게 에너지 기본법의 에너지 개념에 맞추어 해석하자면 ‘열’이라는 개념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대체에너지의 한 유형인 풍력에너지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에너지 선진국들은 어떻게 법을 제정하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2005년 연방의회가 약칭 ‘에너지 정책법(Energy Policy Act)’을 제정했는데, 그 목차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에너지 효율성’, 제2장 ‘재생에너지’, 제3장 ‘석유와 가스’, 제4장 ‘석탄’, 제5장 ‘인디언 에너지’, 제6장 ‘원자력 물질’, 제7장 ‘교통수단과 연료’, 제8장 ‘수력’, 제9장 ‘연구·개발’, 제10장 ‘에너지 관리청’, 제11장 ‘전문 인력의 양성’, 제12장 ‘전기’, 제13장 ‘에너지 정책과 조세 특례’, 제14장 ‘기타 규정’, 제15장 ‘에탄올과 자동차 연료’, 제16장 ‘기후변화’, 제17장 ‘혁신 기술에 대한 혜택’, 제18장 ‘연구’. 그 목차만으로도 우리가 어떻게 에너지 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