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건택 한국지역난방공사 전략경영실장
최근 열병합발전을 활용한 지역난방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몇 가지 사실 확인을 통해 에너지 관계자 및 일반인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한다.

최근 제기된 주장에 따르면 2006년도 일산, 부천, 안양 열병합발전소(CHP)와 첨두부하 보일러(PLB)의 에너지 투입량 및 전기·열 공급량 실적 기준으로 환산해 본 결과, 동일한 에너지를 투입해 신인천과 서인천 복합화력발전소(CCPP)와 콘덴싱 개별보일러를 가동할 경우, 더 많은 열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동일한 에너지를 투입해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역난방(CHP+PLB)보다 개별난방(CCPP+콘덴싱 보일러)이 더 많은 열을 공급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서울지역 32평형 아파트의 연간 난방에 소요되는 지역난방 비용을 100이라 가정 할 때, 개별난방은 93.7이 소요되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개별난방이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래에 언급하는 몇 가지 사항과 실적자료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주장의 설득력과 타당성은 상당히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로 일산, 부천, 안양 열병합발전소의 2006년도 전기 및 열생산 총 단위를 실제와 달리 과소계상(60.15)했고 열병합발전소 열생산량의 58.2%에 해당하는 열을 PLB에서 생산하는 양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PLB에서 생산한 열은 CHP열 생산량 대비 20% 미만에 불과하다.

또 이러한 주장은 동 발전소 인근에서 생산되는 쓰레기 소각열을 간과하고 있는데 동 시설에서 생산되는 열은 3개 발전소의 전체 열생산량의 10%정도로 상당한 양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개별난방시스템이라면 활용이 어려운 에너지를 지역난방열로 활용해 국가에너지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콘덴싱 가스보일러의 효율을 95%로 산정한 것도 문제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측정한 가스보일러 효율결과를 확인해 본 결과, 콘덴싱 가스보일러는 효율측정을 위한 최적의 조건하에서도 그 효율이 약 8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실제 운영실적을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콘덴싱 가스보일러의 효율은 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주장대로 콘덴싱 가스보일러의 실제운영 효율이 95%라면 이는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에너지기술 진보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세번째로 2006년 7월 기준으로 지역난방과 개별난방을 사용하는 서울지역의 32평형 아파트의 연간 난방비를 비교하면서, 도시가스 요금은 2006년 7월 이전의 인상 전 요금(546.61원/㎥)을 적용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난방방식별 요금을 비교할 경우 일정시점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의 평균치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네번째로 지역난방시스템과 개별난방시스템을 비교하면서 각각의 발전소에 대한 제작시기, 성능차이(발전효율 차이 최대 약 9%) 등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 어느 시스템의 효율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가스복합발전 및 가정용 콘덴싱보일러 효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정부의 ‘열병합발전+지역난방’의 우선정책을 추진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어패가 있다.

지역난방과 개별난방 중 어느 시스템이 우수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사실 사업자들 사이에 오랫동안 지속돼온 논쟁이다. 양 시스템 모두 장·단점이 있고 판단하는 기준, 이해관계 그리고 개인의 경험 및 가치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현명하며 결국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난방을 사용하는 많은 아파트단지들이 지역난방 공급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며 개별난방시설에 가스를 판매하는 도시가스사업자도 최근 집단에너지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분명 지역난방이 개별난방시스템보다는 시장에서 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5년간(2002∼2007년) 개별가스보일러 사고로 약 30여명이 사망했고 6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실(가스안전공사 자료 인용)이 보여주듯 난방시스템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 생활의 편리성을 위한 난방때문에 소중한 인명과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는 본말이 한참 전도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양 난방시스템의 우위비교는 현명한 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이며 그 선택은 지금의 시장이 말해주듯 20년 이상 지속돼온 정부의 열병합발전·지역난방 정책을 뒷받침 하는 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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