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증현황
지난 한해 PE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숨가뿐 하루하루를 보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5년여간의 준비에도 불구, PE규격 전환을 앞두고 새롭게 직면했던 여러 문제점 때문이었다. 덕분에 만족할 만큼 매끄럽게 규격전환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하지는 못했지만 최악의 사태인 제품의 수급대란이라는 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 결국 각 기업들은 본격적인 제품의 물량 공급을 위한 계약이 시작되는 올해 초 모든 제품의 인증 절차를 마무리 했고 새로운 규격에 따른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변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우리 산업에서 필요한 제품 수급을 위한 새로운 규격체계를 정비하고 양산을 위한 기본적인 체제만을 완료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격체계에 따른 제품의 안정적인 수급과 품질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세계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국내 시장을 지킬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규격의 부합화가 바로 시장개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계화를 위한 개방의 물꼬가 터졌고 이에 따른 변화는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도전으로 찾아올 수 밖에 없다. 오랜 기간 동안 독자적인 발전체계를 가져왔던 국내 PE산업은 이제 세계 속에서도 안정된 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이번 기획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국내 PE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ISO규격전환 배경

PE제품은 타 소재에 비해 부식에 강하고 내화학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 시공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소재가 가진 유연성으로 인해 지반이동, 지진에 대한 저항성 등이 탁월한 제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까운 일본에서 고베 지진이 발생한 후 간접적인 피해의 경험을 접하고 PE관이 가진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그 활용도가 급증했다.

강관과 달리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방식관리가 필요 없고 저렴한 유지 보수비용과 시공의 용이성, 소재의 경제성으로 인해 현재 PE는 도시가스 저압배관 전체 물량을 모두 소화할 만큼이나 안정된 성장단계에 진입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수한 제품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해 오던 국내 PE산은 최근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바로 KS기준이 ISO 규격체계라는 세계기준에 부합되기에 이른 것이다.

기술표준원은 2001년 말 KS규격을 ISO규격에 부합화하기로 결정했고 5년간 양 규격을 병행 사용토록 한 후 2006년 12월1일을 기해 전면적인 규격전환을 실시키로 했다. 당시 결정은 95년 우리나라가 WTO 가입과 함께 TBT협정을 이행해야하는 상황에 따른 것이었다. 즉 국제사회의 신뢰성 구축과 우리나라의 표준을 국제 기준에 부합화하기 위한 추진과정에 부응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였다.

당시 기술표준원은 국내 PE관 제조사인 대림산업, 코스모산업, 동원프라스틱, 브렌트유화산업 등 4개 제조업체와 학계, 연구소 등 관련 전문가들로 작업반을 구성하고 규격전환을 위한 검토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2001년 12월17일 현재의 ISO국제규격에 부합화 된 ‘KS M3514(가스용 PE관) 규격을 제정, 공포했으며 국내 PE규격을 일제히 ISO규격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어 2002년 8월 이음관에 대한 규격도 ISO규격과 일치토록 관련규격(KS M3515)을 개정했다. 또 기존 구관과의 안정적인 접합을 위한 제품에 대한 규격도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규격전환에 따른 모든 절차를 준비해왔다.

■ 구 KS와 ISO의 차이점

과거 KS규격은 배관, 이음관, 융착기의 기준이 모두 인치(inch)를 바탕으로 제조,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제 그 규격은 국제적인 규격인 ISO기준을 바탕으로 mm를 적용해 사용해야 하며 제품에 사이즈와 표시방법 등이 모두 새롭게 전환된다.

PE제품은 그 특성상 작은 규격의 오차만으로도 안전한 시공을 담보할 수 없다. 때문에 새로운 규격으로의 전환은 비단 규격의 전환이라는 의미를 떠나 제품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까지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제조업체들의 설비교체, 기술 확보 등을 고려한 시간과 함께 사용자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안내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국제 규격으로의 부합화는 비단 표시방법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사용되는 관경도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원재료 부분에서도 콤파운드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기준도 함께 강화된다.

먼저 관경에서는 기존 1호관(SDR=11)은 20~200A까지 9종에 불과했으나 개정된 규격은 16~630A까지 25종에 달한다. 또 기존 2호관(SDR=17.6)도 100~250A까지 5종에 불과했지만 새롭게 전환되는 ISO규격은 16~630A까지 25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압특성에 대한 시험기준도 강화된다. 최대사용압력(MOP)을 80A는 최고 0.8MPa까지, 100A는 최고 1.0MPa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에 대한 치수체계가 다양화 되고 관의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수지에 대한 규정, 내압시험이 강화되는 것이 주된 변화의 골자인 것이다.

■ 규격전환 진행과정

KS규격전환 작업이 본격화 된 것은 2002년 8월 PE배관에 이어 이음관에 대한 규격까지 전환이 완료된 시점부터다. 이를 기점으로 각 제조업체는 ISO 규격전환을 대비한 설비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제품의 양산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 규격에 부합된 금형설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개(2005년 사이몬 등장) 배관제조사중 가장 먼저 ISO 규격전환에 대비한 설비투자를 시작한 곳은 대림산업(현 한국피이엠). 대림산업은 2003년 3월 ISO 규격전환을 대비해 총 40여억원의 설비 투자예산을 책정하고 첫해 금형설비 설치를 위해 우선적으로 10여억원을 투입했다. 도시가스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관경을 위주로 금형설비를 설치하고 연차적으로 다양한 관경으로 제품생산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이를 시발로 여타 파이프 제조사들도 본격적인 ISO규격 전환에 동참하게 된다.

사용자인 도시가스업계가 ISO규격전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03년 하반기부터다.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중심으로 도시가스안전연구회 배관설계·유지관리 분과가 단계적인 규격전환작업을 추진키 위해 그 구체적인 계획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ISO 규격 25종 중 주요사용관경 및 재질을 결정함으로써 전면적인 시행과정에서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또 구 규격과 신 규격의 안정적인 접합을 위해 가공식 레듀서의 사용을 제한했으며 이를 통해 25종의 규격중 7종을 우선 사용규격으로 선정했다. 이는 사용규격 상이로 인해 배관 및 이음관의 원활한 수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수요자 측에서 주요사용관경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당시 선정된 7종의 규격은 기존에 주로 사용되는 50A, 75A, 100A, 150A, 200A, 250A, 300A 등을 바탕으로 유사관경인 63A, 90A, 110A, 160A, 225A, 280A, 315A를 선정했다. 배관의 유량을 감안해 모두 구 KS규격중 유사관경을 상향하는 방향에서 사용규격을 선정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사 및 밸브, 이음관 제조업소에 대해 2004년까지 생산설비를 완비, 차질없는 생산을 요청했으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KS규격품에 대한 충분한 재고 확보를 요청함으로써 규격전환에 따른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최소화 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또 융착시스템의 변경에 대해서는 가스안전공사를 중심으로 융착기의 성능확인과 전산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 미해결 과제

KS규격의 부합화로 국내 PE업계는 본격적인 세계화를 시작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과도한 경쟁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국내 제조업계의 실정을 감안할 때 아직 세계시장 개방에 대한 완전한 적응력을 가지지 못한 면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볼밸브 및 이음관 등이 일찍부터 세계 규격 부합화를 통해 해외시장에 대한 내성을 쌓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배관분야의 경우 아직까지도 국내 시장에 치중한 경쟁을 벌여왔다.

또한 현재 배관과 이음관에 대한 각 제조사의 규격 취득이 마무리된 상태나 밸브의 경우는 규격제정이 늦어져 아직 신규격의 취득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시공과정에서 전환이음관의 사용허용 등으로 당장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6월경에는 모두 규격을 취득할 예정이라 규격전환에 대한 기본적인 요건은 모두 해결된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 시공과정이나 배관의 유지관리 문제를 생각할 때 신 규격과 구 규격에 대한 표시방법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향후 큰 고민거리중 하나다. 결국 현재의 상태만으로는 신·구 배관의 명확한 구별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시공현장에서의 착오나 관리과정에서의 오류 등에 의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새로운 규격에 대한 활용도나 원활한 수급 등의 문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구 규격에 대한 생산이 금지된 상태지만 여전히 수요자 측에서는 신 규격보다는 구 규격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고 재고량의 한정에도 불구, 제품의 계속적인 수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사의 구 규격 생산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추정이다.

실제로 규격전환이 이뤄진지 반년이 지난 시점임에도 도시가스사중 신 규격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서울, 인천, 한진, 전북 등 4개사에 불과한 상황이라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추후 재고량 소진으로 정작 구 규격이 필요한 상황이 직면할 경우 제품수급의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 규격에 대한 조속한 현장적용이 시급한 상황이다.

■ 앞으로의 과제

5년간의 충분한 시간에도 막상 규격의 전환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제조사의 규격취득은 충분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일정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로 인해 새로운 규격을 현장에 적용해 보지도 못한체 제품을 사용해야하는 상황에 까지 몰렸다.

또 제품에 대한 신·구 규격에 대한 식별방법이나 규격전환에 따라 호칭지름 변경에 따른 법 적용상의 상이점 등도 당장 제기된 해결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결국 이로 인해 원활한 사용이 이뤄져야 할 현장에서는 신 규격의 적용보다는 구 규격을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공공연히 일부 제조업소가 생산이 금지된 구 규격의 제품을 시장의 요구에 따라 계속 생산·공급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 문제는 오히려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가져온 오류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기술표준원은 새로운 규격의 조속한 현장 정착과 사용 확대를 위해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시판품 조사 및 제조사에 대한 규격이행상태 확인 등을 계획 중이다. 또 가스안전공사도 현재 미해결과제로 남은 신·구 규격에 대한 확인방법을 관련당국과 협의, 해결할 계획이다.

우선 이달 중 배관의 색이나 표시방법 등 구별방법에 대해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방법을 강구하고 8~9월경에는 새롭게 제조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규격의 명확한 식별이 가능한 제품을 출고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물론 현재 규격전환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소의 오류는 오히려 작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규격전환으로 개방된 국내 시장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문제다.

결국 국내 시공현장과 사용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하는 더 큰 숙제가 남은 것이다.

결국 국내업체가 새롭게 변화된 상황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춰야하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또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바로 문 앞에까지 다가선 세계시장의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할 때만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관련 인터뷰

① [최형기 기술표준원 기술표준지원부장]

② [임충빈 한국가스안전공사 도시가스부장]

③ [이국노 사이몬 회장]

④ [고형목 한국피이엠 대표]

⑤ [유특걸 동원프라스틱 대표]

⑥ [임종하 코스모산업 대표]

⑦ [김성윤 브렌트유화산업 대표]

⑧ [김덕현 폴리텍 회장]

⑨ [김영식 대연정공 대표]

⑩ [이남훈 세민전자산업 대표]

⑪ [김홍식 진승파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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