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선택 아닌 필연

세계시장에 통용되는 방식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도록 바꾸는 것은 이제 국가나 기업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시대적인 요청이다. 이같은 요구는 이제 한 나라의 규격에 대한 개방 뿐만아니라 기업제도와 경영시스템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80년대 말 이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94년 정부가 세계화 선언을 한 바 있지만 이는 주로 해외진출과 국내시장 개방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그러나 95년 WTO 시대의 출범이후 이같은 세계화를 향한 개방과 글로벌 스탠더드로의 부합화는 단순한 규격의 통합을 넘어서 국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변화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스탠더드로의 부합화가 비단 위협의 조건으로만 치부될 수는 없다.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가 하나의 틀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과 도전 가능성을 부여받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의 개막

국내 PE업계가 새로운 변화의 태풍 속에 들어섰다. 이전까지 KS라는 독자 규격으로 무역의 장벽을 쳐왔던 국내시장이 지난해 11월을 기해 전격적으로 ISO체계로 부합화 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배관 규격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KS라는 독자규격의 보호아래 안정적인 성장을 해오던 국내 PE산업이 세계시장으로 전격 편입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국내 업체들은 우리만의 리그가 아닌 세계 각국 기업들과 제품과 가격, 품질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전방위적인 전쟁터 속으로 진입하게 됐다.

수년간의 준비로 인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 믿었던 ISO규격전환 작업은 당초 예상과 달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규격전환 과정에서 모든 업체들이 규격전환을 위한 단계적인 투자를 병행해 왔던 것이 사실이나 막상 규격전환에 임박해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이 도출되는 등 난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현재 모든 제품의 규격전환은 완료됐다.

하지만 이젠 과정의 문제가 아닌 경쟁 속에서 어떻게 국내 기업들이 내성을 기르며 성장해 갈 것인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더욱이 국내 PE관 시장은 내수침체와 원자재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새로운 활로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새 시대의 도전과제

KS규격의 부합화는 국내 PE업계로서는 거대한 변화의 태풍이 아닐 수 없다. 독자적인 규격 체계의 보호아래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며 산업의 기반을 갖춰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한된 좁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몸살을 알아온 것도 사실이다. 품질을 중심으로 한 경쟁보다는 각 기업 간의 시장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실 그 내면을 볼 때 아직 세계 시장으로의 완전한 개방에 대한 내성을 갖추지 못한 것도 사실이며 한편으로는 불완전한 상태에서 거대 세계시장으로 편입된다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규격의 부합화가 당장 세계시장의 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걸맞는 성장과 내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은 세계시장의 무서운 파고를 이겨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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