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재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
우리나라 성인 3대 사망원인중 하나가 뇌혈관 질환으로 그 원인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콜레스테롤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걱정스런 마음에 육류의 섭취를 억제하고 불안해 하지만 사실 콜레스테롤은 지방의 일종으로 인체에 꼭 필요한 주요 구성성분이다. 콜레스테롤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단백질과 결합하여 혈액을 타고 이동한다. 단백질과 결합한 콜레스테롤을 우리는 지단백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다시 이로운 지단백(HDL)과 해로운 지단백(LDL)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해로운 지단백은 몸속의 여러 세포에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고, 남는 경우 그냥 혈관벽에 붙어 버린다. 혈관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이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반면 이로운 지단백은 혈관으로부터 콜레스테롤을 수거하여 간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

우리는 콜레스테롤을 걱정하여 달걀 몇 개를 한꺼번에 먹는 것을 불안해 하지만 사실 체내 콜레스테롤의 80% 가까이는 음식물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간에서는 음식물 섭취를 통해 들어오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보아가며 콜레스테롤 생성을 조절한다. 더욱이 혈중 콜레스테롤은 전체의 10%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다하여 섭취를 중단하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즉 콜레스테롤의 역할에 대해 올바로 알지 못하면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섭취를 금한다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방사선에 대한 인식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항상 방사선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방사선에 조금만 노출되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방사선을 하나도 받지 않고 또 사람의 몸속에서 방사선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에 살아보라고 하면, 과연 사람이 얼마나 살 수 있는지, 또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다녀오면 높은 고도로 인해 우주로부터 입사되는 방사선을 받게 된다. 이 양은 해발 1,600m에 위치한 미국 덴버시에서 몇 달간 거주하면서 받는 방사선량과 비슷하다.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인이 받는 방사선량에 대해 법적으로 제한한 양보다 2.4배를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계속하여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보아도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한다. 실제로 원자력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방사선량은 자연으로부터 받는 양보다 오히려 적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업적으로 방사선을 받는 사람들이 이러할진대 원자력시설 밖에 주로 거주하며 사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방사선에 대해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량의 방사선은 오히려 인체에 이롭다는 호메시스(Hormesis)이론이 실험적 근거를 얻어가고 있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원자력시설에 대한 높은 감성적 위험도는 아마도 거기에 들어있는 방사선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눈에도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추상적인 방사선이기 때문에 더욱 공포가 클 것이다. 하지만 방사선과 그 영향에 대해서 최소한의 지식이 있다면 감성적인 위험도는 뚝 떨어질 것이고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안전한 산업시설의 하나임을 알게 될 것이다.

막연하게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은 콜레스테롤이 위험한 물질이기 때문에 절대로 섭취하면 안된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물론 안전하다고 막연하게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실제적인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간이 콜레스테롤을 적절히 조절하듯이 우리의 방사선 관리기술도 우리에게 방사선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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