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신에너지정책 목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3월8~9일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이사회 회의에서 대폭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안을 포함한 새로운 에너지 공동정책 전략을 승인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30% 저감을 목표로 에너지 효율 대폭 개선,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 확대, 에너지 수입원 다양화 등을 통한 에너지 자급 향상 등이었다.
에너지수급을 둘러싼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EU의 에너지정책은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 증대, 국제 유가 급등, 2006년 1월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가스 분쟁, 2006년 11월에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 등으로 수급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EU의 현존하는 에너지·수송 정책과 온실가스 배출 추세 하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현재의 50%에서 2030년에는 65% 정도로 더욱 높아지고 역내 에너지 시장의 비효율이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유럽위원회는 2006년 3월 유럽의 에너지 수급현황과 정책을 전면 재검토(Green Paper-A European Strategy for Sustainable, Competitive and Secure Energy)에 들어가 △에너지 절감 △신재생에너지 사용 증대 △에너지 공급 및 미래 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국제 에너지 협상에서의 단일 목소리로 협상력 증대 등의 분야를 회원국들 간의 상호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분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유럽위원회는 2007년 1월에 기후변화 대응, EU의 에너지 안전성 제고, 경쟁력 보전 등을 추구하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 방안을 담고 있는 ‘An Energy Policy for Europe’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동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EU의 기존의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실패한 요인 분석 △모든 미래 에너지 정책 결정에 있어 지침이 될 전략적 목표 설정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광범위한 행동 계획 등이 담겨있다.
EU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선진국들이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앞장서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 대비 30%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1990년 수준 대비 60~80%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따라서 다른 선진국들이 이러한 목표에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부담하고 선발개도국들도 차별화된 책임과 능력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면 EU도 30% 감축 의무를 부담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EU는 에너지 고효율 및 온실가스 저배출 경제로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국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20% 이상 감축한다는 데 합의했다.
EU 정상들은 특히 개도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개도국들이 차별화 된 책임과 능력의 원칙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강조하고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오는 6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제시해 선진국 합의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 에너지 소비 20% 감축
오는 2020년까지 EU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1990년 수준 대비 2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같은 목표 달성 시 2020년의 에너지 소비량이 현재보다 13% 줄어들고 그 결과 연간 1,000억 유로의 비용 절감 및 7억8,0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문별로 에너지 소비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부문은 가정 및 상업용 건물 부문으로, 단열 성능 개선 등으로 27~30% 저감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되며 수송부문은 수송체계 개선, 제조업은 모터 등 동력장치 효율 개선을 통해 각각 26% 및 25%의 소비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중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2년까지 120g/km로 저감하는 목표를 정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를 2008년과 2009년까지 140g/km로 줄인다는 EU 자동차 산업의 자발적 협약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법을 제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효율개선, 수입원 다양화 추진
E소비 20%↓신재생E 20%↑
EU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의 7%에서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구속적인 목표도 설정됐다. 또한 EU 전체 수송용 휘발유 및 디젤 소비에서 차지하는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연료 비중을 2020년까지 최소 10% 이상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EU는 2003년에 수송용 휘발유 및 디젤 소비에서 차지하는 바이오 연료 비중을 2005년까지 2%, 2010년까지 5.75%로 높이는 목표를 세웠으나 2005년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재 추세대로면 2010년 목표도 달성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송부문은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의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연료의 98%가 수입의존도가 높은 석유이기 때문에 수송용 화석 연료의 대체 문제가 매우 시급한 과제다. 바이오 연료는 수송부문의 석유 의존도를 현저히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간주돼 수송부문의 바이오 연료 사용 촉진은 유럽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현안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에서 바이오 연료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키로 결정됐다. 촉진 방안으로 바이오 연료에 대한 조세감면, 수송용 연료 생산자에 대해 수송용 연료 생산의 일정 비율을 바이오 연료로 충당토록 하는 제도 등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럽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세계 시장을 계속해서 주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경쟁력 강화 및 공급 안보 증대
에너지 시장 개발 확대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제고와 에너지 가격 하락을 통한 에너지 소비자 이익 증대를 가져오지만 현재로서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이러한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시장의 개방 확대는 공개적인 경쟁과 규제의 효과 제고를 통해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하려는 중소기업들의 에너지 시장 접근 기회를 증대시킴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역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회원국들의 단일 목소리를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보다 적극 추진한다. 또한 교토 체제 이후(post-Kyoto)에 관한 기후변화협약 등과 같은 국제 협상에서 주도적 위치를 견지하고 에너지 공급국가와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파트너쉽을 구축할 계획이다.
러시아와 알제리, 이집트, 및 기타 북아프리카 북서부(Maghreb) 및 아라비아반도 북부 지역(Mashreq) 국가 등 에너지 수입 대상국과의 에너지 협력관계 을 구축하고 에너지원 및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및 흑해 지역 국가와의 관계도 강화된다.
□ 에너지기술 개발 강화
신재생에너지와 저탄소 기술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을 촉진한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화석연료는 상당 기간 동안 주 에너지원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화석연료로부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회원국들은 이러한 기술의 개발 촉진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규제적 체제 구축을 강구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구성(energy mix)을 기본적으로 회원국 자신이 결정할 문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원자력 확대 또는 감축 문제를 각국 판단의 일이다.
□ 시사점
EU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은 우리나라도 기후변화협약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관련 국내 산업의 경쟁력 등의 요소를 포괄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협약 대응 정책은 그동안 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어 추진돼 왔으나 앞으로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에너지 소비 저감에도 보다 많은 중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커지고 있는 선발개도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부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 압력이 더욱 거세어 질 것임을 시사한다.
EU의 강화되는 에너지 효율 기준은 수입제품에도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유럽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는 앞으로는 에너지 효율이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EU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 목표가 부문별 에너지 소비 저감 잠재력에 대한 면밀한 분석결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도 부문별 장단기 에너지 소비 잠재 저감량을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으며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확보를 위해 에너지 수입원의 다변화 및 에너지 공급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는 EU의 전략은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에너지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