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淸白吏)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조선시대 정승까지 지낸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을 들 수 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이 시조는 김상헌이 병자호란으로 남한산성에 피신했던 인조가 청나라 왕에게 항복하겠다는 항복문서를 찢으며 나라의 정기를 살리자고 외친 후 척화파로 몰려 청나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을 당시 고국을 떠나면서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기개가 대단했던 김상헌은 벼슬을 하면서도 매우 청렴했다고 한다.

목민심서에는 김상헌은 벼슬살이에 청백했다. 어느 벼슬아치가 자기 부인이 뇌물을 받아 비방을 듣고 있음을 걱정하자, 김상헌은 그에게 “부인의 요구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으면 비방이 그칠 것이다”라고 알려 주었다. 그 벼슬아치가 크게 깨닫고 그 말대로 했다. 후에 그 벼슬아치의 부인이 항상 김상헌을 욕하기를 “저 늙은이가 자기만 청백리면 그만이지 왜 남까지 본받게 해서 나를 고생하게 하는가”라고 했다.(원문 : 金淸陰尙憲 居官淸白 有一官人 憂其婦女受賂有謗 公曰婦人所請 一不施行 則謗息矣 官人大悟 一如其言 婦人常罵金公曰 彼老漢 自爲淸白吏足矣 何令人效之 使我喫苦如此)

청백리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이유로 욕을 먹는 김상헌이야 말로 가장 멋있는 청백리가 아닐까.

주디스 밀러라는 여기자는 2002년 알카에다에 대한 보도로 언론인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기자다.

그녀는 국가안보 분야에서 탁월한 취재 능력을 발휘한 탐사 보도의 베테랑이었다. 그녀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터지기 전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있음을 시사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에 걸쳐 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에도 대량살상 무기가 나오지 않자 자사 동료들은 물론 다른 언론이나 지식인들로부터 부시 정부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썼다는 비판과 함께 데스크로부터 안보분야의 취재 중단을 당하기도 했다.

그 후 밀러는 리크게이트라는 기밀누설 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리크게이트 사건이란 미국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원이 공개되면서 안보분야의 핫 이슈가 된 사건이다. 리크게이트 사건은 결과적으로 밀러를 언론계에서 떠나게 했다. 그 이유는 밀러 기자가 정직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더 나아가 편집국장이나 발행인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으며 뉴욕 타임즈 역시 리크게이트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밀러 기자의 구속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보도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뉴욕타임즈 젊은 기자 4명이 파헤쳤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는 젊은 기자 4명의 기사를 1면에 대대적으로 게재함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았다.

기자나 언론사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을 과감히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과 함께 잘못으로부터 뼈아픈 교훈을 얻는다면 그 기자나 언론은 건강한 기자, 건강한 언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리는 청렴해야 하고 관리들을 감시하는 언론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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