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봉 중앙대학교 교수
남북 교류와 경협의 상징인 개성 공업지구를 직접 방문하면 대북 협력의 필요성 및 전략 등에 대한 이성적 논의를 떠나 눈과 가슴으로 느끼며 대북 경협 사업의 예찬론자가 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분석해 보더라도 그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남북 경협 사업의 중요성을 세계 무역 질서와 동북아 지역 경제협력의 틀 내에서 생각해 보자.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인 GATT에 의해 유지되던 세계 무역질서는 WTO 체제가 발족되고 도하개발 아젠더, DDA로 다자간 무역협상을 시작하지만 7년간의 협의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실패한다.

이로써 세계 경제협력은 다자간 협력 체제를 대체하는 양자체제 또는 지역협정이 주도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지역적으로 보면 전 세계의 무역은 삼각축의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전세계 GDP의 1/3을 차지하는 유럽은 27개국이 이미 유럽연합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였다.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미주자유무역지역(FTAA) 등의 협정을 통해 경제적인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아시아지역에서는 ASEAN과 같은 5개국 간의 협정이 있기는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경제력을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에서는 이러한 지역협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인구의 25%가 모여 있는 동북아는 외환보유고 1위이며 무역흑자 1위인 중국과 일본 및 우리나라를 포함하고 있으며 연간 GDP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경제적으로 블록화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유럽과 중북미와 견주는 블록으로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 내의 경제블록화는 대단히 시급한 문제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일 FTA는 중단된 상태이며 중일 FTA는 경제구조 및 정서상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한중 FTA의 성사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동북아 경제의 발전을 위한 지역협력 구도를 보면 지역 내 협력을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핵심에 한국이 있으므로 한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경협사업은 이와 같은 동북아 및 세계 무역질서 환경 내에 놓여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성공여부는 동북아 모든 국가 및 이 지역의 경제협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국가의 참여가 없는 남북만의 협력 사업은 그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남북 간만의 협력뿐이 아니라 국제 민간 자금을 남북경협 사업에 끌어 들이거나 동북아 국가들을 이 사업에 참여시킬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여타 공단과 마찬가지로 개성 공업지구에도 입주한 민간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의 구축 및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공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산업공단에 필수적인 전기시설과 관련해서는 전기안전공사가 이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스의 공급과 관련된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가스안전공사도 오는 20일부터 개성사무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설명한 개성 공업지구의 원활한 운영이 가지는 국가적 중요성에 비추어본다면 이들 공사 업무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무실 운영의 경제성이나 사업성을 따지기 이전에 대북 경협사업의 중요성을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공기업의 역할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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