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배관용 탄소강관(KS D 3507)의 도시가스 배관사용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업계 상황이나 실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한편으로는 인정을 하면서도 개선여부에 대해서는 뒷짐만을 고집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96년 경남 양산에서 발생한 도시가스 배관 내압시험중 파열사고와 대한도시가스의 중압배관 공사중 원관 층분리에 의한 배관파열로 안전성 문제가 지적돼 올 7월부터 재질이 다소 우수한 KS D3631의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도시가스 배관의 경우 사람의 입김 정도에 불과한 낮은 압력이므로 과압에 의한 파열의 우려가 전혀 예상되지 않는데도 불구 시공자, 나아가서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 분위기이다.

물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측면만 고려한다면 KSD3631 보다 품질이 더 우수한 압력배관용 탄소강관(KSD3562)이나 배관용 스테인레스 강관(KSD3576)을 사용토록 법제화하는 것이 고무적인 법개정이었겠지만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안전을 추구하는 등 효율성을 감안한다면 산자부의 이같은 방관은 그야말로 무사 안일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또한 강관제조 업체에선 대량 구매만 가능해 소량을 사용하는 가스시공업체가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피팅류(엘보우, 티이, 소켓)는 현재 연료가스 배관용 탄소강관 부속품의 생산제품이 없어 종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등 제도상의 문제점도 내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 산업자원부는 최근에 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이제와서 또다시 법을 뒤집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직접 피부로 느낄만큼 크지 않다는 이유로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농후하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교수 출신의 김영호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획기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변화를 꾀하는 등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는 외국 손님을 맞는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가의 음식값을 부담해야 하는 호텔에서 주례간부회의나 조찬간담회를 하는 좋지 못한 관행을 과감히 없애겠다며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과거처럼 규제와 권한으로 위세등등했던 정부의 모습은 이제 옛이야기로 돌리고 업무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성과와 효율을 중시한다는 게 김영호 장관의 의지이기도 하다.

이는 공무원 개개인의 체면을 고려하기 보다는 어떠한 일에 있어서든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불편을 주거나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은 펴지 않음은 물론 과거의 그릇된 관행에 대해서는 과감히 개선하려는 공무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배관용 탄소강관의 저압배관사용에 관한 건도 산자부가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사, 분석하고 실질적으로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불과 한달 전에 개정한 법이라도 과감히 뒤집을 수 있는 공무원의 진정한 용기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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