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4월 도하에서 개최된 6차 가스수출국포럼이 마감되면서 발표된 성명서는 차기 개최국인 러시아를 의장으로 하는 고위급 위원회를 구성해 포럼의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을 검토하며 차기 개최지를 모스크바로 한다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포럼에서 추진하는 고위급 위원회의 업무에 대한 분석 자료들을 보면 천연가스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주의 깊게 살펴 볼 대목이 있는 듯하다.

보도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고위급 위원회는 차관급 회의로 연간 6회 정도 개최하며 주로 가격공식문제, 수급문제, 생산국과 소비국간의 관계 등에 대한 검토를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 향후 신규로 장기구매계약을 추진해야 하는 수입국의 입장에서 계약체결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가격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위원회의 활동내용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 요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수급예측을 바탕으로 한 회원국간의 가격결정 방식에 대한 인식의 공유는 카르텔과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구체적인 내용의 파악은 쉽지 않지만 보도자료에 따르면 포럼의 회원국들은 현재와 같이 원유가격에 연동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차라리 원자력이나 신재생에너지를 경쟁 대상 에너지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천연가스의 가격을 결정할 때 환경 프리미엄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수급관리라는 나름대로의 논리에 따라 마련된 가격결정방식을 통해 수입극대화를 추구할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천연가스 가격결정방식에 대한 불만은 수입국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기되고 있다.

연초에 영국의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톤당 155달러 이하로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미국의 현물가격이 톤당 360달러 내지 410달러 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원유가격에 그대로 연동되는 천연가스의 가격은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의 유동성에 있다.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시장자유화의 진전과 함께 현물시장이 활성화돼 유동성이 높은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아직 그러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시장자유화가 지체되면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른 가격결정이 어려워지므로 이는 결국 석유와의 연동성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태지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저유가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고유가 시기에는 원유가격의 변동분이 고스란히 천연가스 수입가격에 반영되어 천연가스의 수급사정이 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물론 지역 내에 유동성이 높은 거래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LNG 수입국이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극동지역은 지역 프리미엄이 커질 가능성마저 있다.

지금까지 효과적인 가격결정방식의 채택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위험을 잘 관리해 온 일본이 다수의 장기계약을 갱신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 최근에 LNG 도입을 시작한 인도와 중국의 수요 잠재력, 그리고 열악한 LNG 시황 등을 감안할 때 수출국 포럼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결정방식의 향배는 천연가스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나름대로의 가격결정 논리의 개발과 함께 수급 안정을 위한 협력, 거래시장의 형성, 합리적인 가격결정 방식에 대한 수입국간의 협의 등과 같은 다양한 활동이 요구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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