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6일 시행키로 했다가 업계 요청으로 연기된 차단기능형 LPG용기밸브의 전면사용 시기가 또다시 오는 11월로 연기됐다고 한다. 물론 이번에도 정책이 유보된 대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기존 제품에 대한 재고가 정부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많은 상황이라 오는 10월말까지는 기존 제품의 재고소진을 위한 정책시행의 유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결정이 연출되자 업계는 상반된 반응이다. 6월 제도시행을 예상하고 기존 제품의 제고를 확보하지 못한 전문검사기관과 제품생산을 중단한 제조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손실까지 보게 됐지만 충분한 제고를 확보한 업소와 재고를 과잉생산한 제조업체는 결국 예상의 결과라는 표정이다. 정부를 믿고 한 일이나 믿었던 업체에게는 이제 뒤늦은 후회만 남게 됐다.

유독 국내 LPG업계에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다. 그것은 과거 역사가 증명하듯 LPG체적거래제를 비롯해 가스판매업소 공동화, 가스안전공급 계약제 등 관련분야에서 시행됐던 수많은 정부 정책들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겪었던 동일한 현상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LPG 업계는 어떠한 정부 정책이라도 ‘일단 반대하고 보자’나 ‘늘 뒤처지는 것이 이익이다’는 의식이 일반화돼 버렸다.

과연 이처럼 계속 정부의 정책이 업계, 그것도 정책을 신뢰한 업체에게만 가혹한 시련을 준다면 앞으로 어떤 사업자가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를지 걱정이 된다.

지금에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존재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정부는 더 이상 자신이 세웠던 원칙을 단순히 일부 업계의 상황만으로 약속을 깨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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