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제유가는 변동성이 매우 높았다.
연 초에는 주요 석유소비 중심지인 미국 및 유럽 등 북반구에 이상난동이 내습하면서 유가는 폭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 사상 최고 수준(두바이기준, 8월8일 72.16불)을 기록했던 국제유가는 올해 1월 50불 이하로 급락했다. 5개월 만에 30%나 폭락한 것이다.
이러한 유가급락에 일부에서는 수년간 계속된 고유가 시대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낙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고유가를 가져온 석유시장의 구조적인 상승 요인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OPEC의 대폭 감산으로 1/4분기 세계 재고는 대폭 감소했고 시장 수급은 타이트해졌다.
연 초 국제유가의 폭락은 시장 펀더멘탈을 반영하지 못한 시장의 과잉반응(oversold)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연 초 이상 난동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우려 및 투기자금의 부분적 이탈 등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1월 하순 이후 유가는 타이트한 시장 펀더멘탈을 반영하여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급격한 반등세를 보였다. 특히 2/4분기 들어서는 미국 가솔린 시장의 강세에 나이지리아 대선 후유증으로 인한 정정불안 및 공급 차질 심화가 겹치면서 유가는 초강세를 보였다.
2/4분기 유가는 1/4분기보다 평균 10불이나 급등했다. 특히 노후화한 미국 정유 시설의 빈번한 가동 중단과 보수는 시장불안의 핵심이었다. 미국은 지난 30년 동안 저유가 지속, 엄격한 환경 규제 및 NIMBY 현상 등으로 적정한 정제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미국 정제시설은 현재 병목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하절기 가솔린성수기에는 해마다 시장불안을 야기하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 5월말부터 시작되는 가솔린 성수기에 맞추어 가솔린 재고가 증대되어야 함에도 빈번한 가동중단에 따른 가동율 하락 및 가솔린 수요 증대로 12주 연속 가솔린 재고가 감소하면서 시장불안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미국 가솔린 가격은 2005년 카트리나 내습당시보다 가격이 급등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며 원유가격의 강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타이트한 수급상황에도 불구하고 OPEC 산유국들은 감산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에 결정한 두차례 감산 결정(170만B/D 감산)에 따라 대폭 감산(140만B/D)을 계속하고 있다.
하반기 전망에 앞서 올해 상반기 시장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최근 계속된 고유가 구도에 변화가 있냐는 것이다. 세계 석유공급 능력제약, 개도국 수요, OPEC 고유가 정책, 석유개발 생산비용 상승 등 구조적요인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이 지속되는 한 최소한 50불 수준 유가는 하한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일시적인 수급요인, 지정학적 불안요인, 투기자금의 행태 등이 유가의 변동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1/4분기 유가는 이상 난동 내습 및 투기자금의 이탈 등으로 비정상적인 약세를 보인 반면 2/4분기는 미국 가솔린 시장의 불안이라는 일시적 수급 요인이 유가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1분기 55불·2분기 65불
하반기 63~64불 예상
석유 수급 개선 어렵다
하반기 전망
먼저 하반기 석유수급은 상반기보다 개선되기는 어렵다. 미국 경제의 부진 가능성으로 세계 성장율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는 있으나 중국 등 개도국의 견조한 수요증대 및 하반기 계절적 수요증대를 감안하면 하반기 석유수급은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OPEC 산유국들도 현재의 유가에 매우 만족하며 오는 9월 중순 총회까지는 현재의 생산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현재 가솔린 재고는 유례없이 낮은 상황이며 정유공장보수 및 사고로 가동율도 저조한 상황을 보이고 있어 가솔린 성수기가 지속되는 9월초까지는 가솔린시장이 리드하는 현재의 강세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가솔린 성수기가 큰 문제없이 종료될 경우 미국 가솔린 시장의 가격프리미엄은 해소될 공산이 크다.
올해 유가는 지난해와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일 공산이 크다. 지난해에도 8월까지 미국 가솔린 시장의 불안을 반영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가솔린이 시즌 종료되는 8월 이후 유가는 하락세로 전환된바 있다.
그러나 가솔린 성수기가 종료되는 9월부터는 본격적인 미 멕시코만 허리케인시즌으로 접어든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이다. 미국의 해양석유시설이 밀집한 멕시코만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해마다 허리케인의 내습과 이로 인한 석유 공급 차질은 이제는 연례행사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허리케인 내습이 없었으나 이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미국 에너지성은 2005년 카트리나 내습으로 인한 대규모 공급차질사태나 지난해의 이례적인 안정은 모두 확률 1~2% 내외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보고 있다.
올해에는 간헐적인 허리케인내습과 부분적인 공급차질가능성을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 유가가 현재와 같은 강세가 지속될시 OPEC의 감산정책은 다소 이완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일정수준(60불) 이하로 급락하면 OPEC의 추가 대응 가능성도 매우 높다.
올해 하반기 유가는 3/4분기까지는 현재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나 가솔린 성수기가 종료되는 4/4분기부터는 소폭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60불 이하의 큰 폭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반기 평균 유가(두바이 기준)는 63~64불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올해 평균유가는 지난해와 유사한 61~62불 수준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