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개론에 랑그(langue)와 빠롤(Parol)이란 용어가 있다. 랑그란 언어능력 즉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머릿속의 지식을 말하는 것이고 빠롤이란 실제로 입 밖으로 언어를 발성하는 것을 말한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학을 독립된 과학으로 정립시키기 위해 랑그를 언어학의 연구대상으로 설정했으며 변형생성 문법의 대표적 학자로 알려진 촘스키에 의해서도 랑그와 빠롤이라는 용어가 언어학의 기초 용어로 자리잡게 된다.

요즈음 대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대권 후보들 간 설전이 치열하다. 각종 공약이 난무하고 각자 자신이 국가와 민족을 가장 잘 이끌어갈 수 있다며 수없이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조그만 마을의 이장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국가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명철한 판단력과 철저한 도덕성 그리고 명확한 지도력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분야에 대한 의사표현이 바로 말로부터 시작되고 말로 정리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결코 실언을 해서는 않될 것이다.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말을 해야 할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말을 해야 하지 않을 사람에게 말을 하면 말만 잃게 된다”(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라고 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은 실인도 않지만 실언도 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사전에 나와 있는 의미대로 한다면 실언(失言)이란 해서는 않될 말을 하는 것이고 실인(失人)이란 민심을 잃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지도자는 당연히 지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모범으로 삼을 말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지도자라는 분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제대로 백성들을 계도해주고 이끌어주는 이야기보다는 입만 열면 실언(失言)을 해서 끝내는 실인, 즉 인심까지 잃고 마는 상황이 연속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옛날부터 대장부 일언 중천금이라는 말이 있다. 말의 중요성과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의미를 지닌 단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요즈음 지도자들은 남아일언중천금의 의미를 잊은 것일까. 최고 지도자부터 지난 몇 년간 말로 인해 시비가 일고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불안 해 하는 현상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장면이 되지는 않았는가.

언어학의 기본인 랑그와 빠롤을 되새기는 이유는 요즈음 지도자들의 언어 표현을 들으면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올바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실수로 잘못 표현하는 것일까, 아니면 생각 자체마저도 틀린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이다.

모름지기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말을 삼가고 특히 실언(失言)으로 실인(失人)까지 하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도 지도자의 실언을 걱정하며 가슴앓이를 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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