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제유가가 드디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0년대 말 2차 석유파동 이후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1998년에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사상 최저 수준인 12달러대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2004년부터 다시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하여 올해 7월에는 사상 최고 수준인 71달러를 돌파, 8월 초 현재 7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도가 19% 정도에 불과하다. 원전을 제외하면 자립도는 3% 대로 더욱 낮아진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총 에너지소비 가운데 석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나 돼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경제에 그대로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 동안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선 원화가치가 대폭 상승한 것을 들 수 있다. 원유는 대부분 달러화로 결제가 되는데 지난 2년 반 동안 원화의 대달러 환율이 22% 정도 상승함으로써 원화로 표시된 원유 도입가격의 상승률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최근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환율하락 요인이 크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억제되었던 전력 요금도 국제 유가가 더욱 상승하여 전력생산단가에 계속 압박을 가할 경우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에너지세율을 낮출 가능성도 크지가 않다. 막대한 에너지 세금이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보전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을 덜 받는 길은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은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문제는 에너지효율을 향상하는 것이 대단히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산업 가운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사용하는 석유류의 대부분이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고 연료로 사용되는 에너지 비중은 매우 작기 때문에 에너지효율 제고를 통한 에너지소비 저감에 한계가 있다. 석유화학산업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산업의 경우에도 석탄이 생산과정의 투입요소로 사용되고 있어 획기적인 에너지소비 감축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유가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에너지소비를 더욱 줄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일부 석유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중동 등 에너지 공급 지역의 불안한 정세와 민족주의가 확산되어 에너지 공급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수요측면에서는 경제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세계 제 2위의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고성장 지속으로 에너지 수입을 계속 늘림으로써 세계 에너지 수요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빠른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 예상되고 있어 국제에너지 시장의 수급불안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선진국인 EU 회원국들은 최근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을 2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소비 비중을 현재의 7%에서 20%로 끌어올리는 정책에 합의를 하였다. 미국은 연방 정부 및 주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에너지 소비 절감 방안을 추진 중에 있고, 일본은 최근 현행 에너지 기본계획을 에너지 절약정책 강화 등을 내용으로 개정하는 등 에너지 절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동향은 우리도 에너지절감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제시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에너지소비절감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노력을 기울여야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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