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헤엄치기’ ‘땅따먹기 사업’

90년대 도시가스 보급률이 두자리수를 웃돌때 고속 성장하는 도시가스사업을 두고 하던 말들이다.

1987년 천연가스가 첫 공급된 이후 발전용 수요비중이 도시가스용을 앞지르다가 1997년을 기점으로 도시가스 수요비중이 51.8%를 점유하면서 도시가스 비중이 점차 증가했다.

특히 천연가스 보급확대 정책, 공급권역의 독점사업, 편의성 위주의 소비행태 등에 따라 도시가스용 수요증가율면에서 2000년까지 연평균 48%의 높은 성장을 보였다.

이러한 높은 성장률 덕분에 항간에는 ‘땅집고 헤엄치기’니 ‘땅따먹기 사업’이니 하는 말들이 성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가스사의 고공성장도 2001년 이후 연평균 7% 이하로 소비가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한풀 꺾였다. 전국 도시가스보급률이 70%를 웃돌고 있는데다 서울지역 95% 이상, 경기 및 인천의 경우 80% 이상, 지방의 경우에도 60% 수준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상장 도시가스사들의 영업실적이 저조하게 나온 것도 이러한 도시가스사업의 환경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서울산업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의 박중구 교수팀이 한국도시가스협회의 용역을 받아 조사한 ‘도시가스산업 발전방안’에서도 도시가스사의 달라진 경영환경변화를 엿볼 수 있다.

용역결과에서는 도시가스회사를 둘러싼 생태계가 비협력적일 경우 기업간 인수합병(M&A)은 상당히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 곳이 63%, 약간 가능할 것으로 본 곳이 33%로 언제든지 도시가스회사의 M&A가 이뤄질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는 땅집고 헤엄치던, 땅따먹기 하던 시절의 도시가스 사업환경이 절대 아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미 많은 도시가스사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과감하게 사명을 변경하거나 미래비전을 선포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에너지산업 환경속에서 변화와 혁신은 이제 생존전략인 셈이다.

그동안 도시가스업계 뿐만 아니라 에너지업계는 변화와 혁신을 앞다퉈 주창해 왔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환경변화에 맞추어 변화와 혁신을 감행하는 기업은 드물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조직차원의 변화 혁신에서 위기감의 공유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일거다.

다행히 최근에는 일부 도시가스사들이 ‘변화와 혁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라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발빠르게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회성 행사에 그치거나 단기적인 홍보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변화와 혁신의 주체인 조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일거다.

변화와 혁신은 빵을 굽는 것과 같다고들 한다. 어제 만든 빵을 내일 팔 수는 없는 일이다. 조직원들의 강한 공감대 속에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측정, 평가, 보상 등의 실행을 통해 목표로 전진해야 한다.

더 이상 변화와 혁신이 구호나 슬로건에 그쳐서는 안된다. 더 이상 도시가스사들도 ‘땅집고 헤엄치기’ ‘땅따먹기’ 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달라진 사업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무한경쟁의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옷으로 무장해야 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