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팀장
△사업자 선정기준의 중요성

규제산업에 있어 사업허가 혹은 사업자 선정의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사업에서 두 가지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행착오에 따른 다양한 학습효과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건설현장에서 허가기준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설계변경 등을 통한 변경허가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특정 기준항목의 형평성 부족으로 인한 시비 내지는 산업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치 못한 점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 에너지 공급사이드에서 집단에너지사업과 도시가스사업의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두 사업은 업역(業域)의 중복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고유한 장점을 살려 협업(協業)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 허가에 양사업자의 컨소시움 참여라든지 업무제휴 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지역에서는 첨예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중복투자로 인한 폐단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인근지역 연계·통합 공정경쟁 위배
집단E사업 경험자 가점 부여는 ‘특혜’

△개선안의 문제점과 대안

집단에너지사업자 선정기준은 동 사업의 허가기준과 함께 양사업의 균형발전을 위한 초석인 만큼 다양한 의견수렴과 산업현장의 합리적인 제안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지난 7월 31일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팀 주관으로 개최된 공청회에서 발표된 집단에너지사업자 선정방식 개선안의 각 항목에 대한 검토와 개선책을 제시코자 한다.

첫째, 인근 지역 집단에너지사업과 연계·통합 운영 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점을 부여할 때에는 명확한 구비요건과 그로 인한 효과에 대한 검증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연계와 통합의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관련 법령 어디에도 명확한 정의가 없다. 과연 어느 수준까지를 연계·통합으로 볼 것이며, 그 판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울러 연계·통합만 한다고 해서 국가 경제적으로 효과와 이익이 창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은 집중된 열원설비로 한정된 지역에 열 공급을 하므로 밀도의 경제(economies of density)가 작용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연계·통합은 엄격히 적용해야 하며, 가점 규정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에 대한 연계·통합은 통상 잉여 열이 발생할 경우에 가능하다. 잉여 열이 발생하는 원인은 ①설비운영 효율의 향상 ②해당 공급지역의 에너지 수요 감소 ③설계용량의 과대 계상에서 오는 초과 열 생산 규모를 들 수 있다.

①과 같이 시스템의 운영개선, 기술혁신, 열원 설비별 운영조합 및 열 수요에 부합하는 운전방식의 선택 등으로 잉여 열이 발생한다면, 국가경제적인 차원에서 합리적인 연계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②와 같이 경제·사회적 요인이나 물리적 요인으로 인해 당초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에는 열원설비간의 연계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계 요구는 ③과 같이 장래의 사업 확장에 대비한 초과열원 확보에서 나타난다. 대규모 신규택지의 조성 한계로 인해 앞으로는 중소규모의 택지조성이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연계열원을 위한 과잉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투자자산 증가를 통해 추가이윤을 확보하려는 A-J효과(Averch-Johnson effect)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시장구조나 사업여건을 감안한다면 연계·통합에 대한 가점은 특정 사업자에게만 유리한 결과가 된다. 단독열원에 의한 열 공급보다 연계열원에 의한 집단에너지 공급을 장려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도시가스 공급지역내에 추가 열전용보일러의 설치를 통한 지역난방 공급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된다.

또한 수도권 등 집단에너지 공급이 보편화된 지역(연계가능)에서 기존에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한 사업자는 원천적으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는 위헌적 특혜 조항으로 공정경쟁에 위배된다. 따라서 연계·통합에 대한 가점규정은 명확성 및 공정성에 위배되고 정부가 과잉투자를 유도하는 모순이 있는 만큼 삭제함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집단에너지사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업자에 대해 가점을 준다면 일부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기득권을 정부가 인정한다는 문제가 있다. 상대적으로 타 에너지사업자는 절대 불리한 측면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는 이미 주요 거점에 열배관망을 구축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에 대한 또 다른 우대정책이며, 신규 사업자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산업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통합에너지 공급체계(Total Energy System)’를 지향하는 추세에 있다. 다양한 에너지공급사업에 대한 운영경험이 오히려 창의적이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특정사업 운영경험에 가점을 준다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 그들만의 잔치에 병풍을 치는 격이다. 당연히 가점규정은 재고해야 한다.

셋째, 평가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예측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배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지역 유틸리티사업에 관한 정보는 지자체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타 에너지와의 에너지믹스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원간의 갈등도 예방할 수 있다. 에너지기본법 제7조에서는 ‘시·도지사로 하여금 관할 구역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기본계획의 효율적인 달성과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한 지역에너지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에너지계획에는 5목에서집단에너지사업법 제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경우 해당지역의 집단에너지공급을 위한 대책에 관한 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의 허가는 중앙정부가 행하고 지역에너지계획은 시·도지사가 수립토록 규정하면서 정녕 사업자 선정단계에서 지자체를 배제한다는 것은 모순인 동시에 에너지기본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집단에너지사업의 허가권에 대해 지방 이양을 제시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지적을 감안한다면 예측가능성을 이유로 지자체가 평가위원회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다. 지금은 분권화의 시대이며 지역발전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과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대임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 미활용에너지원 이용계획과 관련해 미활용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법 제2조 제1호에 해당하는 에너지에 한정해야 하며 발전배열은 삭제함이 타당하다.

끝으로 사업개시의 적합성 및 공공성 평가항목에서 에너지절감효과와 환경개선효과는 평가자의 입장에서 정량적 분석이 매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사업자별로 효과산정에 투입하는 함수가 다른데 비해 결과만 비교해 효과의 우위를 판별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 난방시스템의 효율성과 관련해 최근 발표된 자료(인하대 박희천 교수, 2007. 8)에 의하면 타 난방방식에 비해 집단에너지사업의 에너지 절감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8점이나 배정된 두 항목의 평가방법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정이 선행돼야 하겠다.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는 소수점 이하에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투명한 사업자 선정기준이 마련돼 유효경쟁(effective competition)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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