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희한한 물건들이 다 쏟아져 나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구나 했더니 제법 장사도 되는 모양이다.

옷을 홀라당 홀라당 벗어 던진듯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른바 누드제품들 얘기다.

당초에는 가습기나 PC같은 일부 전자제품들에만 시험적으로 적용되던 누드 디자인이 이제는 세탁기, 냉장고, TV, 카메라 등등에까지 다투어 확대되더니 금년초 미국 라스베이커스에서 열린 겨울철 가전제품 전시회에서도 누드 제품들이 쏟아져, 바야흐로 누드 디자인이 세계적인 뉴 밀레니엄 상표로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라고 한다.

국내 어떤 전자회사는 작년말 누드 TV와 누드 VTR을 일본 시장에 내놓은지 한달만에 5만여대를 팔아 바람을 일으켰는가 하면 급기야는 일본 산업디자인협회로부터 우수디자인마크상까지 수상하는 경사가 겹치기도 했다는 후문이고 또다른 회사는 세탁과정을 낱낱히 들여다보며 확인할 수 있는 누드 세탁기를 시장에 내놓아 한달에 3만대 이상씩 팔고 있으며 중남미와 동남아에도 수출길을 터놓았다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치솟는 누드 제품의 인기를 능히 짐작할 만하다.

벗겨놓고 보니 역시 좋더라는 예는 그뿐이 아니다.

먼지가 기계속으로 빨려드는 것이 보이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리고 투명한 소재를 사용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청소기를 만들어 내놓았더니 먼지를 얼마나 신나게 빨아드리며, 얼마나 먼지가 차 있는지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대환영이더라는 것이다.

누드 냉장고의 경우는 또 문짝을 플라스마가스인가 뭔가가 들어있는 특수유리로 제작해,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져 필요한때만 살짝 내용물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니 이야말로 절전까지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제품이 아니겠는가.

한술 더 떠, 어떤 회사는 이런 가전제품에 소재로 쓰이는 새로운 투명수지(HIPS)를 개발, 일본에서만 연간 15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예정이라니 과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실감이 난다.

각설하고, 이렇게 옷을 훌훌 벗어던진 전자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좋아 열광하는 풍조는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어떤이는 누구에게나 가감없고 차별없이 공개되는 것이 기본 성향인 인터넷 시대의 필연적인 산물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이는 정치권으로부터 비롯된 밀실야합, 은밀한 거래, 그로부터 파생된 부정부패와 불신풍조 등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이와같은 부정적인 것들에 신물이 난 나머지 무슨일에서나 명경지수와 같은 개방성과 한점 의혹이나 숨김이 없는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욕구에 반증일시 분명하다는 사회학자들도 있다.

공천 부적격자들의 부적격 사유를 낱낱히 까발려 공개하는 시민연대의 활동이나 그것에 박수치는 국민정서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며 누가 원하건 원치 않건 이제 세상은 그렇게 하루가 달리 변하고 있으며 모두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때마침 조직개편이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기구를 줄이고 사람을 덜어내는 쉽지않은 일로 숨가쁜 사람들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누드 제품을 선호하는 마음의 뿌리가 진정 어디에 있었으며 시민연대 활동에 박수를 보내는 민심의 근저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던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거울이 밝으면 때가 묻지 않으며, 때가 묻으면 밝지 못하다는 장자 덕충부(莊子 德充符)에 있는 말이다.

누구라도 매사를 밝은 거울과 같이 한점 의혹이 없도록 처리해야 마땅할 일이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더구나 사사로운 욕심에 혼미해져 그 직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실망과 불행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란 점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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