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 산업자원부 유전개발팀장
지난 2월 세계적 컨설팅 회사 메킨지는 ‘미래 에너지원’에?관한 보고서에서 향후 15년내에 유전의 탐사 및 개발 여건의 악화로 그간 경제성 및 환경 문제 때문에 메이저 오일사들의 관심이 낮았던 중질유와 오일샌드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에너지원(석유와 천연가스)만을 고려할 때 2030년대 후반에는 ‘석유생산 정점(생산량이 계속 증가하다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통적인 에너지원 확보 및 개발만을 고집하다가는 향후 30년 이내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세계 석유업계가 전통적인 오일개발만이 아닌 비전통 에너지원(오일샌드, 비튜멘, 가스하이드레이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영역 발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근 대표적인 기준 유종의 하나인 북미의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와 북해산 Brent가 서로 강약세를 반복하고 있다. 기존 WTI 가격우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WTI의 약세는 캐나다산 원유의 미국시장 유입 증대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산 원유의 경우 미국 수출은 2005년 100만b/d에서 2006년 110만b/d, 2007년 현재 184만b/d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은 오일샌드에서 생산된 원유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드디어 캐나다 오일샌드(아스팔트와 같은 초중질유를 10% 이상 함유한 모래나 사암으로서 원유 추출이 가능한 비전통(unconventional) 에너지원의 하나.)가 북미 석유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참고로 캐나다는 현재 오일샌드로부터 110만b/d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0년 200만b/d을 증산할 계획이다.

우리의 총에너지원 대외 의존도는 97%, 석유는 총에너지원에서 43%를 차지한다. 석유의 80% 이상을 우리는 중동에서 수입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중동지역에서 우리기업들이 직접 개발한 원유 수입이 없는 것은 중동 산유지역의 유전개발 시장이 포화상태이고 유전개발 시장 형성의 역사로 볼 때 성숙단계를 지나서 노화단계에 이르렀다는 특징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좌파 정부들이 추진하고 있는 국유화 조치에 의해 기존 유전개발 시장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중남미는 우리기업들의 참여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이때문에 우리는 중남미를 주시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1조2,000억배럴 규모다. 최대 매장국 순위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로 모두 중동지역 산유국이다.

그러나 대표적 초중질유 매장지인 베네수엘라와 오일샌드의 캐나다를 포함하면 이 순위는 무의미해진다. 즉 베네수엘라 3,500억배럴(원유 800억배럴), 사우디아라비아 2,600억배럴, 그리고 캐나다 1,915억배럴(원유 165억배럴)로 순위가 바뀌고, 석유 매장지도가 기존의 중동지역 일극 체제에서 중동과 미주 및 중남미의 3극체제로 수정되는 것이다.

산자부, 장관급 단장 ‘사절단’ 파견
초중질유 매장 1위 베네수엘라 중심

중남미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국가는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의 일일 생산량은 300만배럴, 이중 60만배럴은 초중질유에서 생산된 것이다.

차베스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초중질유 생산 원유를 120만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차베스 정부는 집요하게 국유화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5월2일 초중질유 매장지인 오리노코 벨트(Orinoco Belt) 지역의 4개 광구를 포함한 총 32개 광구에 대한 국유화 조치가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BP, 엑손모빌, 토탈 및 셰브론 등 메이저사들은 국유화 조치 초기에는 국제사법제판소 제소 등 강력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저항을 중단하고 차베스 정부의 지분 회수 조치에 동의하고 만 것이다.

이는 막대한 매장량의 초중질유를 배경으로 국제석유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앞섰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부 메이저사들은 철수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0∼80년대 1, 2차 석유파동은 세계 석유시장에서 석유메이저의 영향력 감퇴와 가격 결정권을 석유생산국(OPEC)들이 행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중동지역은 국영석유회사들이 유전개발 시장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폐쇄적인 시장이 됐다.

좌파 정부들이 추진하고 있는 자원 국유화 조치는 기존 메이저사들이 갖고 있던 이 지역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뒤흔드는 중동에서 1, 2차 석유파동과 같은 효과가 예상된다.

시장의 성숙도를 중동과 비교하면 중남미 유전개발 시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빈틈이 있다는 것이다.

유전개발 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은 후발주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참여정부의 역동적인 자원외교의 성과는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유전광구 확보로 이어졌고 유전개발 시장에서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한 우리기업들의 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남미 석유시장에서 메이저사들이 밀려나오는 빈 공간에 우리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야 할 때이다. 그 시작은 자원외교가 풀어야 한다.

산업자원부는 하반기 자원외교의 중점을 남미 시장 공략에 두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하는 남미의 자원부국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 자원사절단’을 파견, 정부간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한 신규 광구 확보에 나설 계획인 것이다. 이들 국가들은 자원의 정부 통제를 강화하면서 정부간 협력을 최우선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자원외교의 대상으로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강력한 중앙집권 정부를 지향하며 자원의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남미의 좌파 정부들에게 자원외교는 효과가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민·관이 합심하여 노력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원의 상당량을 남미에서 들여오는 것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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