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쉘 장치안전팀장 김동섭 박사
올초에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주최하는 기술포럼에 참석해 많은 석유화학기업의 전문가들을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부식이나 압력용기 건전성, 검사 등 전반에 걸쳐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중에 공통 관심부분을 추려서 소위 Best Practice로 문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전문가 기술교류와 후진양성을 위한 좋은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은 이러한 지식 경험을 공유하고 얻어진 결과로 Best Practice를 문서화하는데 익숙해 있다. 이중 큰 역할을 수행한 것이 바로 API Committee 미팅이다. 물론 회사의 기밀인 부분은 서로 노출하지 않고 각사의 경쟁 우선권에 대해서도 상호 비밀을 유지, 존중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내 경험으로는 어느분야에서 간접 경험을 쌓는데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처음엔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어색한 면도 있지만 한두번 이러한 모임을 갖게 되면 아주 익숙해진다.

분야별 전문가 모임의 활성화 필요
공유경험 문서화는 기술발전 초석

오래전 일이지만 내가 처음 회사에서 용접부분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을 때 나는 학교에서 이론적인 교육은 해왔지만 실질적인 경험은 전무한 상태였다. 그런데 우연히 엑손사의 용접전문가가 정유화학공장 용접 전반에 걸친 기술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동의하고 내가 좌장을 맡았고 당시 엑손사 65세가 넘는 에버트씨가 Vice Chair를 맡았다. 여러 차례 노력 끝에 API로부터 분과 창설 허락을 받았고 부원들을 모집했는데 다행히 세계최고 정유사들의 용접전문가 모두가 참여했고 이때부터 나는 20~30년 이상의 경험자들이 자신의 주장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에 참여해 있는 것만으로도 경험이 쌓여갔다. 특히 엑손사 에버트씨와 쉐브론의 용접책임자 데니스씨와의 경쟁적인 설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논쟁을 통해 나는 많은 노하우들을 습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 다른이의 경험까지 합하면 아마도 200년 이상의 경험치를 한 자리에서 듣고 정리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이런 미팅을 수차례 주관하다보니 어느새 나도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됐고 회사에서는 용접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당시만해도 용접분야는 한명으로 충분하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팀에서도 용접분야에만 3명의 사람이 더 늘어났고 올해는 유능한 한국인을 뽑아 함께 일하게 됐다. 이렇게 발간된 것이 ‘API 582’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API Committee meeting에 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라며 이번 주에는 부식과 금속분야에서 현재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논의들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참고로 내년 4월 중순 ‘API Spring meeting’ 열릴 예정이란 점도 밝힌다.

△스토리지 탱크의 음극 부식 방지기법 - 기존 탱크의 부식 방지 처리 기준인 API 651이 기술적으로 현재 발전된 기술이 잘 반영되지 않아 개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전문가 그룹들을 모집하고 있다.

△정유공장의 고온 수소 서비스용 강재 규정 개정판 - API 571의 개정판 작업이 끝나고 이제 투표를 마친 상태다. 큰 변화는 이때까지 없었던 Clad나 용접 Overlay가 있는 용기는 고온에서 수소취화(HTHA)에 크레딧을 주는 규정이 추가됐다.

△934 A, B, C, D, E - 크롬 몰리 강재의 제작, 기술적 배경 등을 일일이 나열한 규정집이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Amin 유닛에 환경부식 균열 방지법 - API 945의 새로운 개정판을 발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들어간 상태다.

△에탄올 사용 강재의 균열방지와 보수법 - API TR 939E는 초안 작업이 끝난 상태며 이에 대한 코멘트를 받고 있는 상태다.

△수소 공정 유닛에 사용되는 Air Cooler의 설계, 재질, 제작, 공정 및 검사 가이드라인 - API 932B는 초안을 작성중이며 2008년도에 발간될 예정이다.

이외도 미국에서는 API Committee meeting을 통해 여러 분야의 각 기업 전문가들이 모여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문서화함으로써 지속적인 전달체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 기술자들도 국제적인 공동 문서화 작업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직접 이러한 모임을 만들고 문서화 작업을 시작해 우리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바로미터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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