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쉘 장치안전팀장 김동섭 박사
정유공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검사해야 할 부분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은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다.

얼마 전 한 정유공장에서 설비의 국부적인 부식에 의한 누수 현상으로 약 180톤의 석유제품이 방출되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많은 장치 설비들을 파손시키는 사고가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이 사고를 통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돌아보고자 한다.

1981년에 이 공장은 에탄제거 타워의 overhead condenser에 염화물질 침전을 방지하기 위해 water injection을 설치했다. 그 후 94년에 이 인젝션 포인트(injection point) 주변에 대한 두께 측정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젝션 포인트로부터 약 1m 떨어진 엘보우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체 지나치게 됐다. 공정상 81년에 설치된 후로 1995년까지 계속해서 water injection을 실시해오다 그 이후에는 이 설비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사용되게 됐다. 그러나 해당 정유사는 이 과정에서 적절한 설비에 대한 MOC나 또한 간헐적 사용으로 인해 오는 설비의 영항 등을 분석하지 않았다.

2001년 인젝션 포인트 구경을 증가시키는 계획에 따라 MOC를 검토하고 결국 인젝션 노즐의 구경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젝션의 구경만을 증가시켰지 이에 따르는 수압과 유량에 대한 검토가 부족해 오히려 유속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이 MOC 과정 중에 부식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수도 있었는데 관련분야의 전문가의 검토과정이 생략되면서 중요한 체크포인트를 놓치게 됐다.

설비 추가시 철저한 MOC 필요
위험순위 따른 검사법 적용해야

94년 검사에서 이 인젝션 포인트 주변 피팅 부식이 검지됐고 당시 해당 부위에 대해 추후에 재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당시 설치한 사다리는 그대로 뒀지만 재검사나 다운 스트림에 대한 정밀 검사는 결국 실시되지 않은체 설비는 계속 가동됐다. 96년 검사시스템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검토됐지만 검사부서는 이 인젝션 포인트는 이미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았고 확인도 않은체 검사 포인트에서 제외했다.

97년 이 회사에서는 검사용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지체가 많은 에러들이 발생하고 검사부서는 데이터를 재입력시키느라 바빠 컴퓨터가 경고하는 사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정서 때문에 이 경고를 무시하곤 했다. 또 이 공장에서는 검사 주기 및 검사 포인트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원칙을 세우지 않고 임의로 결정하고 있었던 것도 문제의 발단이 됐다.

결국 이 모든 과정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인젝션 포인트는 1981년 설치된 후 2003년 사고가 발생할 때 까지 단 한번밖에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이와 유사한 사고와 아차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 달 전에도 캐나다의 한 정유공장에서 엘보우에 국부 부식으로 누수가 발생해 하루 20억원의 가치를 생산하는 공정이 일주일 이상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련의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살펴보면 먼저 인젝션 포인트를 추가 설치 할 때는 반드시 철저한 MOC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MOC의 구성 멤버는 반드시 장치 전문가 및 부식 전문가가 포함돼야 한다.

두번째 교훈은 인젝션 포인트 관리 계획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뿐만아니라 인젝션 포인트 관리 프로그램은 반드시 모든 인젝션 포인트를 운전부서, 엔지니어링, 검사부서 및 정비부서가 하나의 팀을 이루어 검토해야 하며 모든 설비의 작동이 설계기준치 내에서 운전 중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글을 쓰다 보면 도대체 어디까지 검토를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사고가 난 후 무엇이 잘못 됐는가를 파악하는 문제는 쉽지만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모두 파악하기란 힘들다는 점이다. 더구나 모든 공장에서 reliability 향상을 외치지만 하고 싶은 검사 또는 점검을 다하기에는 인력과 전문가가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 삶에도 할 일은 많지만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해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지혜가 필요하듯 검사 및 안전점검 분야에서도 위험도 기술, 새로운 검사 해석기법들을 도입함으로써 지혜롭게 설비를 관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