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철 한국석유품질관리원 연구센터장
지난 15일 폐막된 제13차 유엔 기후변화회의는 2013년부터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도록 하는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산화탄소(CO2)를 대표로 하는 온실가스는 최근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최우선 목표물질로서 부각되고 있는데 CO2와 아울러 이전부터 오존(O3), 질소산화물(NOX) 및 입자상물질(PM)의 대기오염물질 삭감이 요구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초반부터 천연가스 등의 청정연료와 저황분유의 공급확대에 따라 황산화물(SOX)과 일산화탄소(CO)의 배출을 많이 감소시켰지만 자동차등록대수가 1970년 약 20만대에서 2007년 1,640만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기술 개발에 의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대당) 저감에도 불구하고 유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은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자동차를 시작으로 수송부문의 CO2 배출량의 경우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NOX, PM 등의 자동차 배출가스와 CO2 배출량의 삭감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저공해엔진과 후처리장치 등의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과 연비 개선을 위한 경량화 및 신규기술 개발 등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에 사용되는 연료의 경우도 자동차 성능과 CO2를 포함한 배출가스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와 아울러 연료원별 적정한 품질기준 설정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외국에서는 연료기술과 자동차기술의 상관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Auto-Oil Program’을 수행하여 자동차배출가스 기준과 연료품질 기준을 설정하는 등 정책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 연구를 통해 자동차기술과 연료기술의 발전을 도모하여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Auto-Oil Program을 가장 먼저 시작한 미국은 1988년부터 정부 주도하에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가 공동으로 Auto/Oil Air Quality Improvement Research Program을 수행하여 대기오염물질 해결을 위한 연료와 자동차배출가스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바 있다. 유럽의 경우도 1993년 유럽의회 주관하에 유럽정유협회와 유럽자동차산업협회가 European Programme on Emissions Fuels and Engine Technologies를 수행한 후 현재 Auto-Oil Ⅱ를 추진하고 있으며 나아가 장기적인 연료품질에 대한 규제에 관하여 Auto-Oil Ⅲ라 불리 우는 Clean Air for Europe에 관해서도 논의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정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이 ‘한국형 Auto-Oil Program’ 추진을 위한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한 바 있으나 비용문제와 정유사와 자동차사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실현하지 못하였다. 최근 에너지원 다변화 및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해 바이오연료, 천연가스합성연료, 석탄액화연료유 등 새로운 석유대체연료가 자동차용 연료로서 현실화되고 있고, 또한 정제마진 개선을 위한 중질유 분해시설의 증설과 고유가의 지속으로 중질원유의 도입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기존의 석유제품과는 다른 조성·성상의 연료가 증대될 것으로 판단되어 ‘한국형 Auto-Oil Program’의 수행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은 연료, 자동차, 환경분야의 기술적 공감대 형성과 공동현안과제를 논의하고자 연료·윤활/자동차/환경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향후 이 협의체를 토대로 연료기술과 자동차기술의 고도화 실현과 대기환경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한국형 Auto-Oil Program’이 정부와 관련업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조속히 추진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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