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5일 모 국영방송사의 주말사극 ‘대왕 세종’이 첫선을 보인다.

새해부터 무슨 드라마 타령이냐고 빈축을 살지 모르지만 대표적인 실용주의 CEO이자 뛰어난 기획자였던 성군(聖君) 세종대왕과 같이 차기정부가 ‘실용주의’를 키워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세종시대가 리더의 비전 제시와 효과적인 조직 구성, 국가사업의 선택과 집중 등으로 조선 500년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로 기록됐다는 점은 ‘실용주의’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실용주의의 대표적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유용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야 진리라고 했고 유용하지 않은 것은 거짓이고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실용주의에 따라 국가를 개조한 대표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덩샤오핑은 1981년 실용주의노선에 입각,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내세우며 과감한 개혁조치들을 단행하고 자본주의를 도입했다. 이같은 중국의 실용주의는 매년 경이로운 성장을 구가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실용주의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에 비례해 심각한 공해 유발국이 됐다. 또 기초연구나 원천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고 모방생산, 해외기업 인수를 통한 생산력 증대에 골몰하는 것도 잘못된 실용주의 풍토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차기정부 ‘실용주의’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아직 모른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기업 민영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아니 벌써부터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민영화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검토와 검증없이 단지 공기업이기 때문에 민영화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위험천만하다. ‘부실· 방만경영’ 혹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워지는 근본 이유를 따져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효율성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 국민들에게 실제적인 혜택이 돌아간다면 민영화가 그 해답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개혁이 곧바로 민영화해야 한다는 관점은 오랜 기간의 논쟁속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우리가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개편을 운운하며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선진 외국기업들은 자원개발 기업의 대형화, 전문화를 통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민영화를 검토하기에 앞서 일반감사, 특별감사, 국정감사, 고객만족도 조사, 청렴도조사, 부패지수측정 등 그동안 공기업을 철저하게 통제해 온 정부에 우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 국가의 에너지·환경정책은 분기별 실적에 일희일비하는 주식회사의 그것과는 다르다. 차기정부의 ‘실용주의’가 단기적인 ‘실적주의’로 전락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우리도 이제는 장기적인 정책을 갖고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리더로서의 역할을 키워가야 한다.

우리는 에너지 빈국이다.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고유가는 막대한 원가부담을 안기며 우리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환경의 중요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기후변화협약이 우리 기업들을 차츰 차츰 옥죄고 있다.

차기정부의 ‘실용주의’가 수사적인 구호가 아니라 정책철학이 담긴 것이라면 에너지·환경정책 만큼은 실적주의가 아닌 아름답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후세에 물려줄 장기적 정책이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