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조금 엉뚱한(?) 제의가 있었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택지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카스피해 유전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며 필자에게 자문을 해줄 의향을 묻는 내용이었다.

카스피해는 중앙아시아 내륙에 있는 해안선 길이 총 7,000㎞, 면적 37만㎢의 바다이면서 호수다. 구 소련 시대에는 카스피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가 소련과 이란 두 나라였다. 그래서 1940년 3월25일 구 소련과 이란은 카스피해를 내륙의 호수로 규정하고 ‘카스피해 상업과 항해협정’을 체결했다.

이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카스피해 연안에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3개의 주권 국가가 탄생하면서 카스피해 문제는 복잡해졌다. 즉 러시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 5개국이 카스피해 연안국이 되면서 각국의 이익에 따라 카스피해를 놓고 바다 또는 호수라는 주장을 하며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러시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은 카스피해가 호수라는 주장이고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은 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호수냐 바다냐’의 논쟁에는 카스피해 석유자원 쟁탈전이 숨어 있다. 카스피해에는 중동 다음으로 많은 석유자원이 매장돼 있다. 따라서 카스피해를 누가 차지하는가는 석유자원을 누가 차지하는가 하는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국제해양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바다는 구획이 가능하나 호수는 합법적으로 공동관리만 가능하다. 따라서 유전을 갖고 있는 연안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를 바다라고 주장한다. 12해리의 영해와 함께 나머지는 5개국으로 분할 후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된다는 것이고 이 경우 연안국은 자국 수역 내에서 자원개발권을 소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이란은 자국의 카스피해 지역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호수라는 주장과 함께 카스피해 내의 석유자원은 연안국 공동의 소유라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카스피해가 바다가 되면 카스피해에서 발견된 석유와 천연가스의 대부분은 러시아와 이란을 제외한 3개 국가 소유가 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러시아와 이란은 호수라는 협정(1940년 소련과 이란 간의 협정)이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카스피해 에너지개발에 적극 개입 또는 참여함으로써 러시아의 이익을 지킨다는 전략과 함께 이란과 적정한 협력을 통해 호수라는 주장을 관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였던 아제르바이잔을 적극 지원하면서 카스피해에서 이란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다.

중국 역시 카스피해 석유자원 확보와 함께 러시아, 미국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제어한다는 전략으로 이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인도 역시 카스피해 -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 인도로 연결되는 카스피해 송유관 건설을 지지하면서 카스피해 석유자원 확보를 노리고 있다.

일본도 카스피해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인도양 항구로 진출할 수 있도록 중앙아시아에서 인도양까지의 철도사업을 지원하겠다며 카스피해 연안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지금 석유자원을 놓고 물고 물리는 복잡한 정치, 외교,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석유자원의 확보가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 자원 외교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새 정부 국무총리는 자원외교에 집중할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발언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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