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원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사업 수소에너지사업단장
지속적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나들고 있는 유류가격과 지구온난화문제는 인류가 미래를 대비해 믿을 수 있는 청정에너지원을 개발해 낼 수 있느냐 하는 능력에 대해 도전을 해 오고 있다. 화석연료에 뿌리를 둔 에너지체제로 부터의 탈피를 위해 21세기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큰 노력을 해왔지만 기술적인 장벽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지난 2월 24~27일 동안 미국세라믹학회에서 주관으로 플로리다 주 코코아비치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미국을 주축으로 10여 개국의 전문가 100여명이 모여 수소제조, 저장, 배송 등 전반적인 재료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발표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수소 분야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과제에 있어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재료개발에 달린 것으로 귀착되는 경우가 많기에 재료분야의 획기적인 혁신이 없이는 목표에 도달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현재 세워 놓은 미국 에너지성(DOE)의 연료전지차량용 수소저장의 기술적인 목표는 연료전지자동차가 기존 가솔린자동차보다 효율이 2.5~3배 정도 높다는 가정 하에 기존 디젤이나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기준으로 해 만든 것이다. 이미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수송수단에 상응하는 수준이 돼야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시장진입에 성공하고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1 kg의 수소는 1갤런 (3.75리터)의 휘발유와 비슷한 에너지를 가지기에 기존 자동차 주행거리와 비슷하게 갈려면 차량크기에 따라 5~13kg의 수소를 탑재해야 한다. 기존 자동차와 같이 탑승자와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에 시스템무게당 또는 시스템부피당 수소저장량이 얼마라고 하는 기술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이를 만족시키려면 소재만으로 보았을 때 2배정도의 저장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충전시간(5kg 충전시 3분 이내)과 최소한 요구되는 수소방출속도(초당 0.02g 수소/kW)도 기준을 정했는데 충전시 저장소재가 수소를 흡수 또는 흡착하면서 발열을 하고 이 열을 적절히 제거해줘야만 하기에 충전시간은 저장 소재의 열역학적인 성질에 크게 의존한다. 예를 들면 수소 8kg을 5분에 충전해야 한다면 1몰당 (수소의 경우 2g) 30kJ의 흡착열을 갖는 소재는 400kW의 열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열을 제거해야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역으로 80kW급의 연료전지자동차의 경우 최소한 초당 1.6g 수소를 (이상적으로는 80℃ 이내 온도에서) 방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기술기준은 실제 운행조건을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 조건에 뒀기에 이 목표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까지는 2010년 목표 수준과는 동떨어진 수준으로 부피기준과 무게기준 모두를 만족하는 저장수단은 없으며 이것마저도 고압저장 또는 액체저장을 제외하고는 차량용 시스템으로서 실증된 사례가 적어 실제 주행 시 어떤 성능을 보일지는 미지의 영역에 있다. 아직도 창의적인 도전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는 수소저장 분야의 혁신적 소재 개발을 위해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착화합물, 흡착제와 화합물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의 수송 분야 역시 소재가 중시돼야 할 분야이다. 특히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수소 공급을 하기 위한 충전소 지역까지의 수송은 액화수송, 배관수송, 또는 튜브트레일러와 같은 고압운송차량을 이용한 방안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산업용으로 이미 연간 5,000만톤을 만들어 수 십 년간 사용해온 실적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을 경제적으로 운송해야 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는 기존 배관재의 벽을 통한 수소 투과량, 배관재 미세구조가 투과속도와 수소취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를 거쳐, 새로운 규격코드(ASME B31.12)가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이며 가격저감을 위해 섬유로 보강한 배관재 개발 등의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시장 형태와 규모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소재 개발을 통해 경량화, 저가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소 환경 하에서도 내구성이 있는 배관재의 이용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

소재의 중요성은 수소제조 분야라 해서 다르지 않다. 고온 수전해기술, 열화학공정과 같이 고온에서 요구되는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재 뿐만 아니라 물분해용 태양광촉매와 같은 반도체 소재, 연료전지용 전극 소재 등은 지금도 끊임없는 탐색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에너지와 지구온난화 문제로 21세기 들어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로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주목받고 있으며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미 수출 주력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제조기술에 대해서는 경험도 가지고 있고 관련 소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신재생에너지분야는 앞으로 형성될 시장을 두고 각축을 벌여야 한다. 미래의 성장동력에 대한 문제는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을 갖는 분야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대표적인 주자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분야 모두 재료분야 부품 및 소재산업의 강점을 갖춰야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선도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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