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원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프론티어 수소에너지사업단장
일본 도요타 자동차 와타나베 회장이 지난달 13일 연료전지차 관련 인터뷰에서 “환경 친화형 연료전지자동차를 만드는 일을 계속해가고 있지만 상용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보도됐었다. 아직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충전소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사실 그 동안의 기술적인 진전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지난 2월말 일본에서 개최된 연료전지엑스포 2008에서 보았듯이 현재 어느 정도 성능을 구현하는 시스템 제작이 가능하다는 인식하에 비용절감, 성능 및 내구성 향상을 위해 연료전지 내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주된 흐름이며 나노기술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료전지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인 반응으로 직접 전기를 얻는 발전기와 같은 것이며 이 과정에서 열과 물이 생긴다. 대표적인 고체고분자연료전지의 경우 연료극으로 순수한 수소를 공급하면 백금촉매에 의해 수소분자가 프로톤이 되면서 고분자막을 통해 반대 극으로 이동하게 되며 이곳에서 프로톤이 외부 회로를 통해 전달된 전자를 받아들여 산소와 반응해 물이 되고 전기가 생기는 것이다. 백금은 수소분자로부터 프로톤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가격도 비싸 사용량을 줄이거나 대체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화석연료 개질로 수소를 만들 때에 여러 과정을 거쳐도 CO가 미량 남아있게 되는데 CO는 연료전지에서 수소분자로부터 프로톤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싼 백금촉매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물질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수소정제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촉매가 개발됐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루테늄-백금 촉매는 70℃ 정도 되어야 활성을 보이는데, 루테늄 나노입자 주위에 백금원자 1-2개 층을 만든 새로운 형태의 촉매는 실온수준인 30℃라는 낮은 온도에서도 강한 활성을 보인다고 한다. 첫 번째 이유는 나노구조체 기술로서 백금입자를 루테늄의 특정위치에 정확히 위치하도록 하면 이 구조에서는 순수백금보다 CO와 약한 결합력을 가져 산소가 들어와서 반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수소의 도움을 받는 CO 산화’라고 하는 새로운 반응 메커니즘으로 원자상태의 수소가 산소분자와 하이드록시 중간체(-O-O-H)를 만들고 이것은 쉽게 원자상태의 산소가 돼 CO와 결합, CO2로 산화시킴으로써 좀 더 많은 수소분자가 연료전지에 공급되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태양에너지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태양에너지를 축적하는 기술을 진화시켜온 식물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광합성은 지구상에서 25억년 전부터 존재해온 생물학적인 과정으로서 태양에너지를 받아들여 생물체, 즉 연료가 될 수 있는 물질로 바꾸어 왔다.

현재 태양광을 이용해 물을 분해, 수소를 생산해내는 방법으로서 광촉매를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광촉매로 사용되는 반도체물질이 가시광 영역의 빛은 잘 이용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여 효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자연 상태에서 식물의 광합성 메커니즘을 보면 가시광을 보다 더 많이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가시광을 흡수하는 클로로필(chlorophyl)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사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는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원리를 흉내낼 수 있는 많은 기능을 가진 다성분 분자를 설계하는 일, 이를테면 클로로필을 대신해서 빛에 의해 여기될 수 있는 중앙에 금속이온 루테늄이온(II)을 갖는 복합체를 합성하고 자연계에서와 같이 다핵의 망간복합체와 연계시키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이 역시 나노복합체 기술이 응용되는 분야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최근 광합성 과정 중 식물에서 일어나는 물의 산화과정과 전자이동을 모사하는 촉매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이 성공한 것으로 지난 1월 보도된 바 있다. 이 공정에 대한 핵심은 산화이리듐촉매와 이를 둘러싼 염료 분자들로 된 2nm 정도크기의 미세한 분자복합체에 있다. 아직 효율이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나노기술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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