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럴당 150~200달러의 초고유가 시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제 유가는 WTI 현물가격 기준으로 배럴당 올해 2월19일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한 후 4월24일에는 117.25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24일의 65.20달러에 비해 무려 53.6%나 상승한 수준이다. 4년전인 2004년 같은 일자에는 불과 36.71 달러였으니 4년 동안 무려 3.2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국제유가가 2008년에 2007년 평균 가격 대비 약 9~16% 정도 상승하다가 2009년에는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의 보수적인 전망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공신력있는 에너지 통계와 전망치를 제공하는 美에너지정보국(EIA: Energy Information Agency)은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2007년의 72.2달러에서 2008년에는 86.5달러로 높아졌다가 2009년에는 81.7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EIA는 또한 최근 발표한 장기 전망(Annual Energy Outlook 2008)에서 국제유가가(WTI 기준) 2030년에는 113달러 정도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적 전망과는 달리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의 초고유가 가능성이 일부에서 예견되고 있다.

다국적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중장기 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는 중대한 공급불안 요인이 발생할 경우 2012년에 150~200달러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비영리 에너지 연구단체인 Energy Watch Group(EWG)는 세계 석유 매장량이 지금까지 알려져 온 것보다 현저히 작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초고유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EWG는 그 근거로 실제 세계 석유 매장량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세계 석유매장량 추정치 1조2,550억배럴의 68% 수준에 불과한 8,540억배럴에 불과하다는 추정결과를 제시하고 하고 있다. EWG의 이러한 비관적인 세계 석유 생산 예측은 매장량 자체가 기존의 추정치보다 크게 작은 데다 막대한 개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형 유전이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막대한 석유자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대부분 탐사가 이뤄진 상태로, 새로운 대형 유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량이 대단히 큰 것으로 추정되는 오일샌드 등 비재래식 석유자원의 경우 생산을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요됨으로써 순생산량이 그렇게 크지가 않다는 점도 그와 같은 예측의 근거로 제시됐다.

EWG는 이러한 석유 매장량 추정치를 근거로 세계 석유 생산이 2006년을 정점으로 향후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석유 공급 감소는 석유 이외의 화석연료, 원자력, 대체에너지 등 여타 에너지공급 확대에 의해 보충이 될 수 없어 결국 심각한 에너지공급 부족이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대부분의 대단히 단기간에 에너지 전문가들조차 대부분 예상치 못했던 배럴당 110달러대로 진입한 것에 비춰볼 때 초고유가 시대가 실제로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으로 연간 수입량이 2007년 중 약 8억7,000만배럴로 592억7,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가 상승하면 원유 수입 증가액이 우리나라 총 수입액(2007년) 3,568억달러의 2.5%에 달하는 87억달러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배럴당 원유가가 현재보다 50달러 이상 상승하는 초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 원유 수입액 증가액만도 총 수입의 1/4에 달한다는 계산이 된다. 이 경우 국내 경제가 받게 될 피해는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초고유가 시대가 실제로 닥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보다 강력한 고유가 대책이 요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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