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나이 70이면 고희(古稀)라 해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다섯가지 복중에서도 으뜸으로 꼽았다니 그때에는 그만큼 살던 사람이 흔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최근 통계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남·녀 모두 고희를 지나 남자는 70.6세이고 여자는 78.1세라고 하니까 나이 70쯤은 이제 대단한 복이 아니라 그저 평균치일 따름이며 오히려 평균치에도 이르지 못하고 그전에 세상하직하는 사람이 딱하고 억울해 할 세상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이 평균수명은 97년을 기준 삼은 것이라 20년전인 77년 보다는 9세 이상, 10년 전에 비해서는 4세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평균수명이 이와 같이 늘어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10년, 20년전보다는 넉넉하고 영양가 높은 우리 국민의 식생활 향상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지며, 약품이나 의료기술의 발달도 큰 몫을 했을 것이고 건강에 대한 국민각자의 높아진 관심도 원인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나할까 평균수명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 염려되는 일도 있다.

그중에 한가지가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없이 늘어나고 있는 노령인구에 대한 것이다.

더구나 IMF사태이후 이직장, 저직장할 것없이 개혁이다 구조조정이다 늦으면 채일세라 서로 다투어 서둘고, 더러는 노조가 두들기는 북과 꽹과리에 장단 맞추다 보니 제일 쉬운 것이 부서 줄이고 사람 줄이는 일이라 은행, 학교, 공공기관 등이 모두 정년을 줄여 놓았다.

그러다보니 예의 97년 기준 평균 수명으로 볼때 본의 아니게 50대 중반에서 퇴직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 없이 보내야 하는 기대여명이 15년~20년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는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며 당사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이 보통 큰게 아니고 국가·사회적으로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는 65세이상 노령인구의 부양비율이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하며 국민연금의 부담은 이미 금년부터 봉급의 3%에서 4.5%로 올랐다니 현재 근로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부담이 그만큼 가중되어 결국 경제적 부담, 사회보장비율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IMF사태이후 조기퇴직을 양산시킬 수 밖에 없었던 쓰라린 현실이 있었음을 알지만 이제부터는 좀 달라져도 될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제는 정년단축으로 노령실업자를 양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나마 정년을 지키고, 사람을 아끼고 특히 노령실업인구를 줄이는 데에 신경써야하지 않을까….

일하고자 하는 의욕과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활용할 방안연구에 적극적인 움직임, 그런 마음 씀씀이가 아쉽고 절실한 시점이다.

다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평생 직장제도의 개선, 재검토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겠으며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임금을 동결시킨채 근로케 한다든지, 퇴직금 정산이후 근무시킨다든지….

어쨌든 경험이 풍부하고 숙련된 인력이 조기퇴직해 10년, 20년을 실의에 젖어 빈둥거리는 국가·사회적 낭비만큼은 더이상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한기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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