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연료전지는 연료(수소, 메탄올, 석탄, 천연가스, 석유, 바이오매스가스, 매립지가스 등)의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발전장치를 의미하며 대형 발전, 분산 발전, 수송, 휴대전원 등에 활용된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아직은 가격과 내구성, 연료저장 등의 약점이 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점차 상용화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필자는 최근 특허를 통해 한국 연료전지의 기술혁신 패턴을 분석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1971년부터 2005년 사이 미국에 등록한 특허 3,173건을 수집하여 분석하였는데 국가 별로 보면 미국이 1,602건으로 가장 많으며 일본 851건, 독일 239건, 캐나다 188건, 영국 45건의 순이고 한국의 연료전지 특허는 총 29건이 추출됐다. 이미 선진국은 1970년대부터 연료전지 관련 핵심특허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최근들어 기술 추격을 시작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연료전지 기술의 흐름은 1998년에 전환기를 맞이하여 본격적으로 특허가 양산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는 연구개발이 운전장치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 수소저장과 스택 등의 연구도 증가 중이다.
세계적인 연료전지 기술의 선두주자는 GM, 혼다, UTC Fuel Cell, Ballard Power, Plug Power, International Fuel Cells, Nissan, 도요타, United Technologies, 지멘스 등을 들 수 있다. 국가별로 주된 연구분야를 살펴보면 미국은 수소저장분야, 캐나다는 운전장치, 독일은 수소개질, 일본은 운전장치 기술과 스택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1995년부터 미국에 연료전지 특허등록이 되기 시작하여 주로 운전장치와 스택에 국한된 경향을 보이다가 수소저장은 1997년, 수소개질은 2003년 이후부터 특허가 등록되어 연구분야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KAIST,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수소저장기술분야에서, KIST와 삼성SDI가 수소개질분야에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가 운전장치(BOP)분야에서, 퓨얼셀파워, 현대자동차,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스택부문에서 주요 혁신주체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의 한 특허는 1996년에 등록된 연료전지 스택에 관한 특허로서 레퍼런스로는 7개 특허를 바탕으로 하였지만 이 특허의 피인용특허는 2007년 11월까지 29개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산요전기와 후지전기의 2개 일본기업과 United Technologies, International Fuel Cell, Ceramatec, DOE 4개 미국기업과 기관으로부터 참조했다.
이렇듯 한국은 최근에야 연료전지분야에서 연구성과를 내기 시작한 진입단계지만 몇몇 기업과 연구소들은 괄목할만한 결과물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대부분의 우리나라 연료전지 기술이 개발 당사자인 기업과 연구소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르웨이의 연료전지 기술을 국방R&D와 접목시켜 성공한 사례인 Hugin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이 프로젝트는 무인 잠수함 개발 프로젝트로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반에 걸쳐 냉전 중에 적대국 잠수함이 노르웨이 해변에 침범해서 스파이 행위를 하는 방어체제 수립 목적으로 이동성 음파탐지 기술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수많은 연료전지 프로젝트들이 사업화되지 못했지만 Hugin에서 개발된 연료전지는 잠수함에 탑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 해저 감시, 감독이 필요한 해저 유전, 가스 탐사 및 파이프 관 매설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록히드와 지멘스, 알카텔, Statoil이 기술적 연계도 갖게 되었다.
Hugin의 성공요인은 국방산업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고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으며, 기술개발 비용면에서도 경제적 한계를 강하게 느끼지 않았다는 점과 장기간에 걸쳐 시스템적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점, 국가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국제적 자원을 활용하여 지식을 얻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강화하고 후발주자로서 보다 적극적인 기술획득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력이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외국기업의 기술이전 또는 M&A를 고려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며 소수의 연구자에게 의존하는 연구방식을 탈피하여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산학연이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또한 노르웨이의 사례에서 보다시피 High-Risk를 감수할 수 있는 리더십과 충분한 임계규모를 보장하면서 장기간 시스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밑바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R&D의 경계를 기업과 국가를 뛰어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오픈 R&D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