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천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7월에 가스요금, 전력요금 등 소위 말하는 공공요금을 동결하였으며 정부는 도시가스 요금을 현실화할 계획이었으나 요즘 들어서는 요금인상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요금의 동결 내지 인상 최소화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에너지소비 감소를 막고 에너지가격구조를 왜곡시켜 국가 에너지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스 및 전력요금이 왜 공공요금으로 분류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공재인 가스와 전력이 거의 공짜로 공급돼야 한다는 인상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에너지요금인상 최소화는 우리 경제를 에너지다소비형 구조로 고착시켰고 에너지의 과소비를 조장시켰다.

심지어는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요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인데 정부의 요금인상 최소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유가와 이와 연동된 LNG(액화천연가스)의 수입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 가스요금과 전력요금의 인상으로 인해 이들의 소비가 감소하면서 수급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가스의 경우 요금이 동결되면 수요가 줄기는커녕 에너지원간 균형이 깨져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가격이 많이 오른 벙커C유, 경유와 LPG(액화석유가스)가 산업용 연료로서 가스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2007년(평균가격 기준)부터 6월까지 두(바이유는 88%, 벙커C유는 66%, 경유는 50%와 LPG는 50% 상승한 반면 도시가스는 7%의 가격인상에 그쳤다.

LNG의 수급불균형이 원유보다 훨씬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원유와 석유제품은 다소 비싼 가격으로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지만 연간 2~3백만 톤씩 20년간 장기계약으로 수입되고 있는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LNG의 경우 현재 새로 장기계약을 체결할 가스전을 찾기도 어렵지만 LNG 현물시장의 가격은 계절에 따라서는 장기계약가격의 무려 5배나 될 수 있기 때문에 석유제품의 가스로의 대체에 따른 가스 수요증가분의 수입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도시가스의 경우 연료비(LNG 수입비용)의 비중이 80%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연료비 인상분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가스 산업은 막대한 적자로 인해 제대로 가스를 수입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가스가격의 동결로 인한 추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가스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다소 막기 위해 한국가스공사의 2008년도 상반기 누적손실액의 50%를 예산으로 충당해 줄 것이라 한다.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이나 투자에 써야할 아까운 예산을 소비성으로 지출하며 에너지소비를 오히려 부추기는 상황이다. 고유가 시대에 정부의 진정한 역할은 가스요금, 전력요금 등 공공요금의 동결이 아니라 요금을 현실화하고 나서 소비자들에게 절약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일이다. 가격이 저렴하면 절약할 사람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기회 있을 때마다 에너지저소비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외치면서도 저에너지가격정책을 추진해 에너지다소비형 구조를 고착시켜 왔다. 흔히 부가가치 원단위(GDP 생산당 에너지투입량)를 비교하면 일본이 우리나라 보다 세배 에너지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가스나 전력이 우리보다 배는 비싸기 때문에 일본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스 및 전력요금은 OECD 국가 중 저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전력요금이 현실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가스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도시가스의 수요는 동고하저로 여름의 수요가 적고 겨울의 수요가 많은 반면 LNG의 수입은 여름에도 계속해야하기 때문에 겨울의 많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값비싼 가스저장시설을 많이 건설해야 한다. 전력의 경우 여름의 과도한 냉방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첨두부하용 발전소를 계속 건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냉방을 통해 여름의 첨두부하를 많이 낮출 수 있다면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교육용 전력요금이 인하되는 바람에 가스용 냉방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구호로만 외치지 말고 가스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시장개입은 에너지가격구조를 왜곡시키고 에너지의 과소비를 부추기며 에너지다소비형 경제구조를 고착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에너지가격인상을 감내하는 조그마한 희생없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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