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국내로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러시아를 국빈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아나톨리예비치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PNG:Pipeline Natural Gas) 도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국영가스회사인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5년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부터 연간 10BCM(Billion Cubic Meter)의 천연가스를 30년에 걸쳐 도입하기로 했다. 10BCM은 LNG로 환산시 약 750만톤에 해당한다. 러시아측의 제안대로 블라디보스톡·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배관을 건설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2012년 블라디보스톡 APEC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2012년까지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간 가스배관을 건설하며 2015년에는 야쿠츠크 센터·하바롭스크간 가스배관을 완공할 계획이다.

향후 약 2년에 걸쳐 북한을 통과하는 한·러간 배관노선 등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사업의 경제성이 확인될 경우 2010년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최종계약을 체결하고 2011~2014년 블라디보스톡·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배관을 건설해 2015년부터 러시아 PNG가 도입될 예정이다.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은 한국, 러시아 및 북한의 자재, 기술, 인력 및 자본을 상호 이용해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PNG 도입방안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에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동일한 규모의 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LNG 또는 CNG로 도입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공동으로 극동지역에서 석유화학단지 및 LNG 액화플랜트를 건설해 공동운영 및 판매(수출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풍부한 천연가스와 세계 최고의 우리나라의 석유화학기술을 활용해 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또 가스공사가 보유한 LNG 분야의 축적된 경험 및 구매력을 활용해 가즈프롬과 공동으로 블라디보스톡에 LNG 액화플랜트를 건설하고 아태지역으로의 LNG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스공사는 연간 100만톤의 폴리에틸렌, 50만톤의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석유화학공장과 500만톤 규모의 LNG 액화플랜트 건설방안을 가즈프롬에 제안하고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이 공동으로 출자한 합작회사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가스공사는 국내 석유화학 또는 건설기업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석유화학단지 및 LNG 액화플랜트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양사가 합의한 가스분야의 협력사업은 향후 30년간 천연가스 구매액 900억불, 석유화학단지 건설비 90억불, 북한을 경유하는 배관건설비(PNG 추진시) 30억불 등 총 사업규모 1,000억불 이상의 초대형 한·러 경제협력 프로젝트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천연가스 도입으로 우리나라는 공급자 중심의 국제 LNG 시황에서 국내 천연가스 수급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LNG 위주의 도입방식에서 탈피해 공급방식을 이원화하고 도입가격 인하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한국기업이 극동·동시베리아 개발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지경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은 29일 기자브리핑에서 “한국은 에너지자원을, 러시아는 안정된 수출시장을, 북한은 배관통과료를 각각 확보하는 상호 윈-윈 관계구축을 통해 3국간 에너지 공동협력체제 실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경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간 배관통과요율 적용 시 북한은 연간 1억불 이상의 배관통과료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번 협력사업과는 별도로 지난해 러시아와의 장기계약에 따라 2009년부터 러시아로부터 연간 150만톤의 LNG가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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