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기록의 나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그 일의 시종(始終)은 물론 과정 과정마다 있었던 갖가지 관련 사항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고 정직하게 기록할 뿐 아니라 보존관리 또한 철저히 해두기 때문에 듣는 소리다.

실예로 미국은 장관급의 책임자가 관리하고 있는 ‘국립문서기록처’라는 별도 기구를 두고, 그 밑에 각 지역별로 ‘국립문서기록관’을 설치해 엄청난 양의 자료들을 보관, 관리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심지어 6·25동란 당시 남, 북한에서 가져간 북한관계 문서만해도 자그만치 우리 나라 국립도서관을 꽉 채울 만큼의 분량이 있다고 하니 그양의 방대함은 물론 기록이나 문서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미국사람들의 안목과 높은 의식을 알게 해준다.

여기있는 자료중에는 6·25 당시 북한이 서울을 점령했을때 어느 동 주민 아무개가 당시 ‘인민위원회’라는 데에다 제출한 반성문이나 충성을 맹세한 서약서까지 있다는 정도라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해외방송정보처’라는데에는 1945년,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날 서울이나 평양방송국에서 그날의 감격을 어떤 내용으로 방송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있으며 ‘공동출판연구처’라는 곳에는 전세계에서 발간되는 주요 신문과 잡지의 사설이나 기획기사등 주요기사가 영어로 번역되어 매달 차곡차곡 책으로 엮어져 나오기 때문에 이것만 열람, 활용해도 가만히 앉아 세계 어느나라던지 그나라의 돌아가는 형편이나 정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와같이 각종 기록과 문서를 철저히 보존하는 까닭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기록과 문서가 있어야 역사가 정확하게 기록될 수 있으며 바르게 평가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아울러 그로써 후세에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들 한다.

―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 ― 일기를 쓰고 항상 수첩을 들고 다녀라 / ― 기록을 철저히 하고 문서를 잘 정리 보관해라 등등 학교에서건 직장에서건 수도 없이 듣고 교육받아 온 말들이지만 과연 그게 얼마큼 되고 있는지, 묻기가 멋적으리 만큼, 웬일인지 우리는 그게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 걸로 알려지고 있으며 평소 기록하는 습관은 이웃나라 일본 사람들보다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게 사실이 아닌가.

최근 청와대 도서관에서 공개한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사료기록서만 갖고 얘기하더라도 우리가 기록이나 그 보존가치를 얼마나 소홀히 하는 사람들인가를 쉽게 짐작케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사료는 거의 남아 있는게 없다지만 지난 2월 자료전산화과정에서 발견한 박정희 대통령시대의 초기 국정일지의 일부 14권을 비롯하여 비록 공식일정과 행사에서 마이크를 써서 얘기한 내용 정도이지만 노태우 전대통령의 통치사료기록서 82권, 김영삼 전대통령의 통치사료기록서 111권이 있을뿐, 최규하, 전두환 전대통령의 기록은 어찌된 일인지 그나마 행방불명, 남아있는 것이 전무하다는 것을 신문에서 보고 그러면 그렇지하고 혀를 찬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각설하고, 조선왕조시대에는 초상중 내전에서, 말이 뭐하는 것을 구경했다는 정도의 극히 사생활에 속하는 일까지도 기록하는 등 왕의 국사처리같은 공식적인 것은 물론, 비공식적인 언행까지도 25대, 4백72년을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일기체로 기록을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자랑해 마지 않는 ‘조선왕조실록’이며 그 객관성을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고 있음은 다 아는 바가 아닌가.

이로 미루더라도 오늘의 기록 문화가 조선시대보다도 뒤떨어져 있어 부끄럽긴 하지만 그러나 이제부터서라도 통치사료는 물론 모든 공기관의 문서나 기록 등은 결코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 추호도 소홀함없이 제대로 작성되고 보존되어 적당한 때 적당히 공개되어 널리 활용될 수 있어야겠다.

더구나 가스와 관련한 각종 검사기록, 점검기록, 사고조사분석 자료 등은 안전을 위한 높은 활용성과 가치가 있는 까닭에 더욱더 작성, 보존, 활용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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